“무고한 민간인 3만여명이 희생된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것은 언론의 미필적 고의다.”
지난달 28일 기자협회·언론재단·제주도의회 공동주최로 열린 ‘제주 4·3사건과 한국언론’ 토론회에서는 그간 제주 4·3사건에 무관심해온 중앙언론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발제를 맡은 김삼웅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제주 4·3 사건의 본질은 공권력에 의해 무수히 많은 민간인이 학살됐다는 사실”이라며 “역사의식이 있는 언론인이라면 마땅히 사건을 추적하고 현재 진행중인 진상규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4·3 계엄령은 계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법적 근거 없이 선포된 일종의 ‘유령 계엄령’이고 △이승만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제주에 대해 “가혹한 방법으로 탄압해 법의 존엄성을 표시하라”고 지시한 점만 보더라도 언론이 제주 4·3사건의 진상을 조명하는데 모자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중앙언론이 4·3 사건을 왜곡·축소·묵살해온 것은 △제주도에 대한 차별의식 △역사의식 빈곤 △사대의식 △외신추종 습성 △냉전과 반북 적대의식에 길들여진 사고방식 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호준 한겨레신문 민권사회2부 기자는 발제에서 “제주 4·3은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남한에서 해방이후 가장 많은 양민이 학살된 사건이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철저히 외면 당했고, 지금도 중앙 언론의 보도는 단편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강창일 제주 4·3 연구소 소장은 발제를 통해 “남한에서는 4·3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공권력의 불법행위, 양민학살은 거의 은폐돼 있었다”며 “언론 역시 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변방의 역사’에 냉담했던 중앙언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 부장직대는 “4·3사건 뿐 아니라 한국전쟁을 전후한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전국에서 30만∼100만이 사망했지만 중앙 언론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언론의 서울 중심적 사고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속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창우 제주MBC 보도국 차장은 “제주에 와서 한 곳만이라도 제대로 취재했다면 4·3에 대해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현대사의 상처인 3만양민학살의 진상규명을 위해 언론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철 제주도의회 4·3 특위 위원장은 정부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국가 차원에서 4·3 평화공원사업에 대한 예산 집행을 조속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