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민들과 시민사회 및 언론단체가 요구하는 언론개혁은 크게 여론 독과점을 심화시키고 공정거래 질서를 해치고있는 현행 언론시장 구조를 선진적으로 개선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언론인의 양심이 자본과 사주권력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막아 진정한 언론자유를 꽃피우고 그에 따른 막중한 책임도 동시에 부여하도록 환경을 바꿔나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각 부·처·청 공보관회의를 열어 `개방형 기자실’ 운영과 브리핑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저녁 가판신문 구독을 금지하고 오보·왜곡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총론보다 각론부터 먼저 마련 중인 셈이다.
물론 새 정부가 내놓은 `취재시스템’의 개혁과 오보의 대응도 작은 의미에서는 언론개혁의 범주라 할 수 있다. 정보공개법 개정을 서두르겠다는 것과 장·차관이 주 1회 이상 의무적으로 브리핑하는 것도 서구의 사례를 도입한 진일보한 조치라 평가한다.
그러나 새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조치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언론개혁의 큰 틀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숲도 나무도 아닌 나뭇가지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 내놓은 브리핑제에 공무원에 대한 `인터뷰 사전 면담 신청’이나 `기자접촉 보고서 제출’ 방침을 포함한 것은 언론의 감시를 제도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부 언론과 야당이 “언론통제 음모” 또는 “5공이나 계엄 때도 없었던 일”이라며 강력 반발한 것도 이 같은 쓸데없는 `독소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언론단체들도 최근 노 대통령의 언론관련 발언과 맞물려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거 출입기자실 제도의 폐해를 인정한다. 따라서 새로운 브리핑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모든 언론에 균등한 기회를 주는 개방형 기자실 제도와 브리핑제는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고 공정경쟁을 이끈다는 점에서 정착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정부가 공직자 취재를 제한하고 사후접촉보고서 제출을 명문화한 것은 분명 취재제한을 하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언론보도는 신속성과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기 때문에 기자의 ‘취재시스템’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언론의 감시기능도 약화되고 만다. 물론 모든 언론에게 기관의 출입을 허용하다보니 부담을 느껴 나온 조치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개방을 빌미로 공무원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등 사실상 취재 제한을 강화한다면 스스로 모순을 자인한 것밖에 안 된다. 따라서 공무원의 입과 기자들의 발을 묶는 이 같은 조치는 마땅히 폐지돼야 하며 취재장벽은 국가안보에 대한 필요 등 불가피한 경우로만 한정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우리는 새 정부가 지금이라도 쓸데없는 분란을 유발하는 사족같은 조치를 거두고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하고 정부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큰 틀의 언론개혁에 착수하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