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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법원이 판결한 복직도 반성 요구

세계일보 사측 여전히 고압적 자세로 접근 문제해결 어려워

조대기  2000.11.07 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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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기 세계일보 전 노조위원장



세계일보 노조가 90여일간의 파업을 통해 줄곧 제기해 온 세계일보 이상회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교체가 개인비리 혐의 등 때문에 이뤄졌다는 소식을 듣고 착잡한 심경을 감출 수 없었다. 한편으로 '용역깡패'를 동원, 노조파업을 무력화하려했던 언론사 사장이 걸었던 행보의 당연한 종착점이겠거니 하면서도 그동안 사건을 방치해오며 언론앞에 나약한 모습을 보인 정치권력 등등에 대한 생각이 미치면....



98년 6월 25일 파업을 종료하고 회사를 출입하지 못한지 벌써 1년 2개월. 이른바 '3조'가 해고된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2년 3개월이 다가온다. 고등법원에서도 당연히 이행하라고 판결한 복직에 대해서 회사는 아직도 타협과 굴종을 요구하고 있다. 복직시켜줄테니 퇴사하라는 등의 회사요구에 대한 그동안 우리쪽 대답은 회사가 복직의 정당성에만 국한시켜 노조문제와 개인 문제를 분리, 희석시키고 있고 회사가 제기한 소송 등에 대해 먼저 성의를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복직뿐만아니라 상호간 소 취하 등 해결되지 못한 난제가 원만히 풀리리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가 검찰로 넘겨졌고 이씨의 개인비리 혐의가 포착됐다는 일부 언론보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일부 경영진은 아직도 "3조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안보인다"는 등의 언사로 사태를 꼬이게만 하고 있다.



세계일보 노조가 파업기간을 전후해 이사장을 비롯, 회사 경영진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그동안 이씨가 언론사 사장이라는 점, 정치권의 비호 등을 이유로 이씨를 기소하지 않다가 이씨가 세계일보 사장에서 밀려나 외국으로 몰래 빠져나가려다 노조가 반발하자 출국금지를 내리는 등 언론권력앞에 보였던 나약한 정치권력과 검찰의 모습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됐다. 정치권력과 언론사의 야합이 하루아침에 이뤄져 온 것은 아니겠지만 언론사 노조 파업을 전후로 조직적으로 이뤄져 온 물밑야합은 소문으로만 그쳐 있지는 않으리란 추측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국가경제적으로 어려웠던 IMF시기임에도 언론개혁은 사회개혁의 중요한 축이고 언론사와 언론노조가 제 역할을 바로 할 때야 만이 민주화가 완성된다고 보아 어렵게 만든 늦깍이 노조의 위원장으로서 90여일의 파업과 두 번에 걸친 단식, '용역깡패'들의 폭력앞에 굴하지 않은 동지 조합원들의 단결된 투쟁 등쉽지않은 1년여 싸움이 정말 중요하고 값진 것이었다고 자부해 오기도 했다. 회사 경영진의 구조조정의지를 스스로 달게 받아야 했던 언론사 구성원의 자사이기주의와, 공익기능보다 앞서는 조직의 논리에 눈감고 몰두했던 지난날에 대한 반성, 사회개혁 재벌개혁은 소리높여 외치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개혁 목소리는 전혀 하지 않는 언론사 내부구성원들의 편리한 자기합리화 최면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1년여의 싸움이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자화자찬, 아전인수라고 할까.



지금의 언론 상황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음은 아직도 개혁해야 한다는 언론 내부의 목소리가 작지만 강한 톤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통해 알 수 있다. 개혁이 비틀리고 곪아터진 곳을 바르게 되돌려 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언론의 개혁은 언론과 언론인이 제 길을 바르게 가도록 만드는 것일 것이다. 그 몫은 아직도 기술적으로 언론을 통한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는 언론사 발행인만이 아니라 언론사주의 횡포에는 너그럽게 눈감아주는, 기자를 포함한 언론을 둘러싼 모두의 몫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