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로는 유일하게 이라크 바그다드 단독 취재에 나섰던 MBC 이진숙 특파원과 지난 1일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나흘째인 지난달 23일 홀로 바그다드로 진입했던 이 특파원은 지난달 31일 바그다드에서 빠져나와 1일 현재 요르단 암만에 머물고 있으며 2일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 바그다드에서 전쟁 발발 직전 암만으로 철수했다가 다시 단독으로 바그다드에 들어갔다. 어떤 이유였나.
“처음엔 바그다드에서 나올 생각이 없었다. 생명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개인적 판단이 중요했고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회사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나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암만에 와보니 이미 사건 현장이 아니었다. 현장으로 갈 수 있는데 왜 여기서 인터넷을 뒤지고 TV를 보면서 기사를 써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1분 1초가 가시방석 같았다. 지난 10여년 동안 중동과 아랍어를 공부하며 준비해 왔던 것을 활용할 시간이 왔다는 생각에 더 이상 암만에 머물 수가 없었다.”
- 바그다드에서 취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이라크 정부의 통제속에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송은 그림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라크 정부는 국제여론을 고려해 민간인 시설이 파괴된 것만 공개하고 대통령궁이나 주요 전략시설이 파괴된 현장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차로 이동하면서 몰래 건물 3곳을 찍기도 했으나 그것도 이라크 공보부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 국내 언론의 이라크전 보도는 여전히 미국 중심, CNN 의존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그다드에 주로 있어서 국내 언론을 많이 접하지는 못했으나 그런 지적은 많이 듣고 있다. 그러나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소스의 제한과 언어적 역량 등으로 정보의 다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아랍어와 제3세계 언어 실력을 갖춘 기자를 키워내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 종군기자로 활동하면서 드는 생각은.
“조금 더 체계적인 취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쟁이 발발하고 나면 빅뉴스가 되지만 긴장 상태에서는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전쟁이 터지면 경기 상황을 중계하는 듯한 보도가 주를 이루고, 전쟁 배경을 살피는 보도 역시 그때그때 외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통찰력 있는 보도, 해당 지역을 이해하는 보도가 적어 아쉽다.”
- 종군기자에 대한 지원과 안전 문제는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높은데.
“같은 질문을 91년 걸프전 당시에도 받았다. 여기서 직접 만나본 미국 기자들은 매일 위험수당을 지급받고 있다. 12년 전 CNN 기자들이 받은 위험수당은 350달러였는데 지금은 더 많이 받지 않겠나. 최근 만난 한 외국 기자는 경비를 제외하고 매일 2500달러는 받는다고 했다. 위험지역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는 합당한 처우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만 4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취재 정신과 의욕으로 위험지역에 들어가는 것인데 주변적인 처우 문제는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죽고나서 나오는 보험금이 무슨 소용인가.”
- 앞으로 계획은.
“최근 시사제작국 미디어비평팀으로 발령이 났다. 곧 한국으로 들어가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현장’으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