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광, 폭발음, 멀리서 비추는 바그다드 폭격 장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미영군의 이동상황. 그것도 사실이니까 왜곡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실을 적절하게 보여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2월 하순경 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 일원으로 바그다드에 들어갔다가 지난달 24일 귀국한 오김숙이씨(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 전 공동대표)는 “언론이 침략자의 시선으로 전쟁보도를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서방언론이 주요하게 다루는 미영군의 바그다드 진격 상황, 작전 수행 정도, 첨단 무기의 성능 등은 침략자의 시선에서 나온 보도죠. 거기엔 ‘사람’이 없어요. 요르단에서 본 알자지라 방송은 정말 달랐어요. 전쟁으로 목숨을 잃고,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얘기가 중심이에요.”
오김숙이씨는 최근에는 다소 나아졌지만 한국언론 역시 CNN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했다고 쓴 소리를 했다. 바그다드에 남아있는 한국 반전평화팀 취재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던졌다. “요르단에 있을 때 바그다드 반전평화팀의 안부를 묻는 기자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그들이 왜 이라크에 남아있는지,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더군요.”
그는 “몇몇 언론은 한국에 있는 가족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며 “걱정하는 가족들의 염려를 부각시켜 감성적으로 접근하면서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전보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파병에 대한 찬반 논란이나 반전집회에 대한 단순보도에서 그치지 말았으면 해요. 미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전세계 반전 흐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언론이 고민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