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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이유있는 파장

전관석 기자  2003.04.02 11: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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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비서관 워크숍에서 밝힌 언론관련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노 대통령이 거론한 ‘일부 언론’은 이튿날 예상대로 이에 대한 대대적인 비판기사를 실었는가 하면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홍위병을 선동하던 문화혁명 지도부”라며 공격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이미 여러번 언론개혁에 대한 소신을 강하게 밝혀왔기 때문에 이번 발언 역시 ‘대통령 신분’이라는 점과 유독 거친 단어들을 사용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다른 것이 없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 언론’뿐 아니라 대다수 언론들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전과는 자못 다른 양상이다. 이는 새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언론정책이 언론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다.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는 한 정부부처 출입기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일부 취재제한 조항을 담고 있는 ‘홍보방안’은 대다수 언론의 반감을 사고 있다.

또한 ‘언론개혁의 시금석’이라던 KBS 사장에 많은 언론·시민단체와 KBS 노조가 전문성과 개혁성에 의문을 표시하며 반대한 서동구씨를 임명해 “언론개혁 의지를 스스로 퇴색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신문판매시장 정상화 등 굵직한 언론정책에 대한 청사진은 전혀 발표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언론개혁을 바라던 이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시원하다”는 찬사보다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언론개혁에 대한 노 대통령의 철학에 많은 의문이 던져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강한 톤으로 언론에 대한 원칙과 소신을 새삼 밝힌들 ‘말발’이 먹힐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