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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기자실 어떻게 변했나

'과거 명성' 퇴색…지금은 기피 출입처

박주선 기자  2003.04.02 11: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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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용 쉽지 않아 팩스 이용하기도

개별취재 신청 38건 접수…실효성 의문

춘추관장 “지금은 과도기, 차차 정착될 것”





청와대 기자실이 변하고 있다. 취재가 힘들어 기자들에게 기피 출입처가 되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출범 한달. 공개 브리핑 제도, 기자들의 비서동 출입금지 등 가장 먼저 새 취재시스템을 들여온 청와대 기자실도 변화 한 달을 넘겼다. 달라진 청와대 기자실을 들여다봤다.





요즘 청와대 기자실은 ‘인구밀도’가 높다. 중앙기자실의 경우 한 언론사당 많게는 4명까지 취재기자가 나오고 있다. 과거 ‘1사 1명’을 기준으로 만들어놓은 기자실이 비좁은 것은 당연하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부스도 각 사당 한 곳. 지원 나온 2, 3진은 소파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 한 출입기자는 “대형사고가 났을 때 구성되는 수사본부 같은 분위기”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신문사 2진 기자는 “기사 쓸 곳도 찾기 힘든데다 노트북이 있어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어 팩스로 기사를 보내거나 1진 컴퓨터를 이용한다”고 고충을 얘기했다.

기자실의 북적거림은 정권 초기라서 기사량이 많은 탓도 있지만 달라진 취재시스템 영향도 있다. 한 기자는 “오전 11시 브리핑은 혼자서도 챙길 수 있지만 오후 3시 브리핑 때 중요 사안이 발생하면 혼자서 4시 마감시간을 맞추기 힘들다”며 “2진이 상주하면서 브리핑 내용을 받아 적고 1진이 데스크와 기사 방향을 정한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새 정부는 ‘오전, 오후 공개 브리핑 정례화’ ‘사무실 방문 취재 금지’ ‘면담 취재시 인터뷰 요청서 사전 제출’ 등을 골자로 청와대 기자실을 운영한다. 기자들은 기자실 개방 등 원칙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공개 브리핑의 경우 초기보다는 수석비서관의 직접 브리핑 횟수가 늘어나는 등 개선이 됐지만 방문취재가 안 되는 상황에서 브리핑만으로는 정보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이다. 한 방송사 기자는 “브리핑만으로는 깊이 있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며 “보충 취재가 필요할 때 사적으로 친분이 있는 취재원을 동원하지만 전화취재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달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관 워크숍에서 “일부가 기자들과 술 마시고 나가선 안 되는 정보를 내보내 배신감을 느꼈다”고 발언하면서비서관들과의 접촉은 더 어려워졌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기자는 “당장 실감한 게 어제, 오늘(31일) 식사약속을 취소하자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전했다.

방문취재 금지 대신 나온 개별 취재 신청의 경우 지난달 31일까지 38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현안취재에는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신문사 기자는 “기획기사를 쓸 때는 인터뷰 요청을 하지만 현안을 취재할 땐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힘들다”며 “대신 기자실 주변에 전화통화를 하는 기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자들 사이에서 청와대 인기는 옛날 같지 않다. 과거 사내에서 ‘잘 나가는’ 기자들의 출입처였던 청와대가 지금은 “게으른 기자를 징벌 차원에서 청와대로 보내야 한다” “정치부에서 3개월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맡자”는 등 우스개 소리의 주인공이 됐다.

청와대 입장은 좀 다르다. 김만수 청와대 춘추관장은 “사안과 관련 있는 수석비서관이 직접 브리핑을 하는 등 공개 브리핑을 보완하고 있다”며 “처음 한 달은 과도기라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곧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기자실은 오는 5월말경 기자실 개조 공사가 끝나고 등록 신청을 한 기자들이 본격적인 출입을 시작하면 완전한 브리핑룸으로 전환된다. 이번 실험이 기자와 권력간 올바른 관계 정립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