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달 26일 미 대사관 앞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를 외치던 시위대를 진압하는 도중 이를 취재하던 사진기자들을 마구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겨레 사진부 이정용 기자와 문화일보 사진부 곽성호 기자가 머리와 목, 허리 등에 심한 부상을 입었으며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도 곤봉으로 폭행당해 다리가 심하게 붓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전경의 구타에 의해 머리를 바닥에 심하게 부딪혔던 이 기자는 심한 구토와 두통 증세를 보여 강북삼성병원에 입원, CT촬영을 했으며 오는 4일 2차 CT촬영을 받을 예정이다. 곽 기자는 목과 허리부상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 지난달 27일 적십자병원에 입원해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기자는 “당시 ‘사진기자 막아’라는 명령과 함께 곤봉세례를 하고 사진기를 밀쳐내는 바람에 대다수 기자들이 얼굴과 몸에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경찰의 기자폭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겨레 이 기자는 지난해 10월에도 미 대사관 진입시위를 취재하다 구타당해 부상을 입었으며 곽 기자는 지난해 11월 전국공무원노조의 집회를 취재하던 중 전경들에게 맞아 왼쪽 엄지손가락이 골절되고 사진기가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 지난 1월16일 노동자들의 고 배달호씨 분신사건 항의시위 때도 중앙일보 사진부 박종근 기자와 대한매일 사진부 한준규 기자가 전경의 방패에 찍혀 코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늘어나는 중상을 입은 적이 있다.
기자협회와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경찰은 기자 폭행사건이 발생하면 언제나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이 같은 기자폭행사건은 계속돼왔다”면서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책임 있는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기자폭행 전경에 대한 징계수위를 높인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종로경찰서 이길범 서장은 “미 대사관 진입을 강경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기자들에 대한 폭행이 있었던 것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앞으로 전경에 대한 채증을 실시해 과도한 진압이나 기자를 폭행하는 전경은 서장의 권한으로 즉각 징계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미 대사관 난입 기도와 기자 폭행의 책임을 물어 이 서장과 중대장, 담당과장에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이며 조만간 징계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