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서동구 사장 임명을 반대하는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출근저지와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언론노조 KBS 본부가 2일부터 파업찬반 투표에 돌입하는 등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임명된 서동구 사장은 27일 첫 출근에 나섰으나 KBS 조합원들의 출근 저지로 무산됐다. 이날 서 사장은 자신을 가로막는 조합원들에게 “언론개혁을 위해 여기에 왔다. 여러분들이 원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겠다. 토론과 대화를 하자”고 거듭 말했으나 “낙하산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조합원들을 끝내 설득하지 못했다.
서 사장은 그러나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청원경찰 100여명을 동원, 주차장 입구를 지키고 있던 조합원들의 저지를 뚫고 본관 6층 사장실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은 옷이 찢어지고 찰과상과 인대가 늘어나는 등 부상을 입었다. 서 사장은 이날 사내 통신망을 통해 “40년 언론 생활에서 마지막 봉사의 기회다 싶어 오랜 망설임과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왔다”며 “사원 여러분들과 어떤 형식, 어떤 장소도 마다하지 않고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이날 비상총회를 갖고 “서동구씨가 ‘조합원들이 원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겠다’던 약속을 하루만에 뒤집었다”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KBS 본부는 이번 주를 ‘서동구 반대 투쟁’ 주간으로 선포, 2일 전국 조합원 총회를 개최한 뒤 3일간 파업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며 곧 자문변호인단을 통해 사장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언론노조도 지난 1일부터 ‘낙하산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노조의 입장과 달리 서 사장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개인 사정을 이유로 출근하지 않고 사보를 통해 KBS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서 사장은 △경직된 관료화, 하향식 의사결정, 대화와 토론의 단절 현상 청산 △인사 소외·불균형 시정과 책임인사 전통 확립 △매체비평과 시사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 추진 △노사 문화의 획기적 개혁 등을 제시한 뒤 “이러한 개혁 의지가 실현되려면 사원 여러분의 참여와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파업 찬반투표는 노사 상호간의 상처만 깊게 할뿐이다, 노사 문제는 오직 대화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한편 KBS 사태와 관련사장과 노조의 대화를 중재하기로 한 KBS 이사회(이사장 지명관)가 지난달 31일 임시간담회에서 KBS 노조가 요구한 KBS 사장 제청기준 및 사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도 논란을 빚고 있다. 지명관 이사장은 이날 신임 사장에 대한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뜻을 표명했으나 이사들의 만류로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