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방송법 개정으로 갈 것인가. 방송위원회 구성 문제를 둘러싸고 한달 넘게 벌이고 있는 여야간 ‘자리 나눠먹기’ 다툼이 방송법 개정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의석비율에 따라 국회 추천 몫 6명 가운데 4명을 요구하는 한나라당과 3(한나라당):2(민주당):1(자민련)을 주장하는 민주당은 현재 물밑 협상을 벌이며 타협안을 찾고 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회 문광위는 지난 3일 여야 간사회의를 갖고 △방송위원 구성 비율 △상임위원 배분 △방송위원 추천 방안 등 3가지 내용을 당 총무 및 지도부와 논의해 조만간 다시 간사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회 문광위 배기선 위원장실 한 관계자는 “최근 국회의장이 양당 총무에게 방송위원 구성비율을 3:2:1로 하는 게 어떠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며 “타협점을 찾아 현행 방송법으로 방송위를 구성하게 될지, 합의가 결렬돼 방송법 개정 논란으로 갈지, 어떤 식으로든 이번주 안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 의견 차가 팽팽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이 달 임시국회에서 방송위원수를 현행 9인에서 7인으로 축소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위원장 하순봉)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위원을 7인으로 줄이고, 추천방식도 대통령이 1인(현행 3인), 국회가 6인을 추천하되 한 교섭단체가 3인을 초과해 추천할 수 없도록 방송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이달 임시국회내에 새 방송법을 통과시킬 것이며 늦어도 5월 중에는 개정 방송법에 따라 방송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은 “정략적 발상”이라며 반대하고 있으나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법개정을 추진할 경우 이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각계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문광위 김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추천 6명 중 한나라당은 다수당으로 3명을 확보하고 한나라당 출신인 국회의장 추천 몫인 1명을 더해 사실상 4명을 차지하게 된다”며 “방송위원 7명 중 과반수인 4명을 한나라당이 차지하는 것은 특정 정당이 방송위원회를 장악하겠다는 정략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이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KBS 사장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절차를 포함하겠다고 밝혀 언론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현재 대통령과 국회에서 구성한 방송위가 KBS 이사를 추천하고, KBS 이사회가 KBS 사장을 제청하는데 여기에 ‘KBS 사장의 국회 임명 동의’까지 추가된다면 옥상옥이 될 수 밖에 없다”며 “KBS 사장 선임 문제가 당리당략과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고 밝혔다. 언론노조 방송위 지부도 지난 8일 성명에서 “2기 방송위원 구성은 뒤로 미룬 채 방송법을 자당 이해관계에 따라 졸속으로 개정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