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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언론단체 왜 조용한가

조덕현 대한매일 기자  2003.04.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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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현 대한매일 전국부 기자



요즘 언론계의 관심은 단연 정부의 언론정책일 것이다.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바꾸고 폐쇄적이란 지적을 받던 출입기자단도 모든 언론사에게 개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근무시간에 기자가 공무원을 만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고, 공무원이 기자와 접촉할 때는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단다. 대신 대변인이 나서 현안을 설명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정부정책이 발표되자 각 사의 입장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언론사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야당도 강도 높게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사와 야당이 우려하는 것처럼 정부가 이 정책을 밀어붙이면 언론자유의 침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기자실 개방 등 사회발전의 순기능도 있겠지만, 취재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훨씬 더 많다.

약간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얼마 전부터 서울시가 도입한 제도를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서울시는 지난 2월부터 대변인제를 도입했다. 공보관을 대변인으로 바꾸고, 대변인이 수시로 현안을 설명한다. 단순한 보도자료 제공이 아니라 시 동향, 정책결정 과정의 뒷이야기 등에 대해 보충설명도 곁들여 실제 취재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자료 제공과 발표를 대변인에게 의존하다보니 자유로운 취재가 안 된다. 예정되지 않은 기사나 원하지 않은 기사가 나가면 발설자 색출에 나서고 말한 직원이 곤혹을 치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재를 하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피하기만 한다. 시에서 원하는 자료는 잘 제공되지만 불리하거나 원하지 않는 기사는 접근하기 어렵다.

조만간 다른 부처에서도 쉽게 보게 될 현상이다. 상황이 이런데 언론 종사자들은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 야당, 시민단체까지 나서 우려를 표명하는 판에 종사자들은 너무 조용하다.

앞으로 펼쳐질 일들이 뻔히 보이는데, 과연 관련단체인 언론노조나 기자협회에서는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가?

밥그릇을 챙기라는 주문이 아니다. 남의 일 바라보듯 성명서 하나내고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하면 문제다. 언론노조나 기자협회는 언론종사자들의 모임이다. 종사자들의 이익이나 직무와 관련해 침해가 있다면 당연히 대응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존재의 이유’이고 소속원들을 위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현재의 언론노조나 기자협회는 ‘명분’만 중요시해서인지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것같아 아쉽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과연 나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