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투명한 선임 절차 마련,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 언론계 초미의 논란과 관심사로 떠오른 KBS 사장 선임 문제가 서동구씨의 자진 사퇴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2일 전격 사퇴한 KBS 서동구 사장의 사표가 지난 4일 수리되면서 KBS 사장 인선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서씨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KBS 이사회(이사장 지명관)는 9일 예정된 정례 이사회에서 향후 계획과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 이사회가 다시 사장을 임명 제청할지, 아니면 오는 5월 새로 구성될 이사회로 권한을 넘길 것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KBS 사장 인선의 절차적 투명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 이사회가 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S 이사회가 사장 임명제청을 차기 이사회로 넘길 경우, KBS 사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KBS 이사들의 추천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가 지난 2월 임기만료 이후 구성되지 않고 있는데다 여야가 방송위원 비율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방송법 개정 논란까지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KBS 노조 등 언론계에서는 당초 새 이사회에서 사장 임명을 제청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정치권의 당리당략속에 사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KBS 내부 개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 현 이사회가 임명 제청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KBS 노조는 오는 9일 이사회 결정을 지켜본 뒤 입장 정리와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KBS 이사회가 노조와 시민단체의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제안을 거부하는 대신 국민추천제를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간접 추천한 서동구씨를 임명 제청해 국민추천을 요식행위로 만들고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의혹과 비난을 사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각계의 요구와 지적을 이사회가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국정연설에서 “서동구씨에게 KBS 사장을 권유했고 이를 이사회에 간접적으로 추천했다”며 자신의 ‘개입’을 시인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개입이란 압력 행사를 의미한다”며 “법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김영삼 KBS 노조위원장,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KBS 사장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은 “노조가 바꾸라면 바꿔야지 할 수 있겠냐”며 노조 측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서씨 사표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새 사장을 제청하기로 하면 수리하겠다”며 이사회로 공을 넘겼다. 그러나 KBS 이사회가 4일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논의는 있을 수 없다”고 결론 짓자 노 대통령은 서씨의 사표를 수리했으며 “인사추천권은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