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이 준비부족과 졸속행정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해 윤곽이 드러난 기자실 개선방안이 불과 한달만에 정부 안팎의 반발에 직면해 본래 취지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
일선 기자들은 정부 언론정책이 정보공개 활성화, 내용 있는 브리핑제, 탄력적인 공간배치 논의 등을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며 현 정부는 오히려 오보를 부추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수직적인 공무원 조직문화가 건전한 정보 접근을 막아왔고 행정정보 공개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점이 추측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취재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한다.
급기야 청와대 대변인의 부실한 브리핑이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심각한 사태로 번졌고 부처마다 알맹이 없는 브리핑으로 인해 기자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관계를 둘러싸고 ‘남남(南南)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 보다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활동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정작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는데 역량을 소모하고 있다.
정부가 처음으로 추진한 정부종합청사내 통합 브리핑실 설치문제가 총리실 반대로 원점으로 돌아갔고 과천 청사 역시 공간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우려를 자아낸다.
취재 기자들을 별관 건물에 몰아넣고 본관 접근자체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군사정권 시절에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발상이다. 결국 국가행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 선에서 통합 브리핑룸 별관 설치안은 백지화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정부가 취재 현장의 문제점을 검토한 뒤 개선점을 마련하는 자세를 보이기 앞서 ‘오보 대응팀’을 만들고 법적 대응 자세를 갖추는 태도는 언론과 정부 사이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있다.
일부 기자들은 통상교섭 분야의 경우 국익이 좌우될 내용이 내외신에 무분별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고 사안에 따라 취재진과 당국 차원에서 합의됐던 엠바고가 깨질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기존의 취재관행을 비춰볼 때 폐쇄적인 기자실 문화와 일부 언론의 정보 독점 행태 등은 당연히 개선돼야 하지만 준비성 없이 좌충우돌하는 언론정책은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따름이다.
정부가 언론개혁의 칼을 빼든 이상 보다 신중하고 철저한 접근 자세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잘못된 언론정책 집행은 잘못된 보도 이상으로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