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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기자윤리와 공소시효

박주선 기자  2003.04.16 1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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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와 기사를 거래하는 기자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들과의 ‘소주파티’를 금지하자 한 기자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기자들이 ‘비리집단’ ‘개혁대상’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고도 했다.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기자들이야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또 터졌다. 이번에는 ‘세풍’이다. 검찰은 계좌추적 결과,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불법 모금한 선거자금 중 일부가 언론인 20여명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해당 언론인은 대개 200만∼300만원을, 당시 한 신문사 정치부 차장은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확인 결과 ‘언론인 리스트’에 오른 대다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수수 사실을 부인했다. 몇몇은 “10원도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당시 당에서 관행상 주는 돈을 받아 부서 회식비로 사용한 적은 있으나 다른 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정치인과의 ‘거래’를 일부 시인했으나 ‘세풍 자금’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결국 누가 ‘세풍 자금’을 받았는지 확인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대선 취재를 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정당에서 돈을 받았다는 검찰 수사 결과는 누가 보더라도 께름직하다.

언론인의 ‘세풍’ 연루설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조용하다. 새 정부의 사무실 출입 제한에 대해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취재원과의 유착을 통한 ‘알 권리’ 침해에 대해선 말이 없다.

검찰은 언론인의 배임 수재 혐의를 잡고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수사를 덮었다. 참여연대가 지난 14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이들을 고발했지만 검찰의 수사 의지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수사 결과를 떠나 ‘기자윤리’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