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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전교조 때리기' 나섰나

전관석 기자  2003.04.16 13: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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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장 자살 관련 진실접근 뒷전 갈등 부각 급급

교육계 갈등양상 해법 등 대안제시 인색





충남 예산 한 초등학교 교장의 죽음을 다루는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이 사망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실 접근은 등한시 한 채 전교조의 책임과 교육계의 갈등만 부각시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 교장의 주검이 발견된 것은 지난 4일,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개된 것은 5일부터다. 그러나 언론은 사건의 전모가 채 드러나기도 전인 이때부터 기사에 전교조를 집중 부각시켜 “전교조 사과요구받던 교장 자살”이라는 제목을 달아 서 교장이 차 시중 심부름과 관련해 사과를 요구하던 전교조의 ‘압력’에 이기지 못해 죽음이라는 극한 선택을 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후에도 언론은 “권력화 하는 전교조”(한국 9일), “전교조 강성노선 도마에”(문화 8일), “전교조 때문에 못살겠다”(중앙 12일) 등 이번 사태가 전교조의 ‘월권’과 ‘강성노선’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도했으며 사건과 관련해 “진실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전교조의 입장은 이 틈에 묻혀버렸다.

그러나 이처럼 진실접근은 하지 않은 채 수사기관보다도 먼저 이번 사건을 전교조의 책임으로 몰아간 대다수의 언론은 기간제 교사의 현실 및 문제점, 교육계 갈등양상의 해법 등에 대한 보도에는 인색했다.

사건발생 열흘이 지나는 동안 일부 언론이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긴 했지만 사건일지를 열거하고 전교조와 교감 등 학교관계자들의 멘트를 나열하는 데 그쳤다. 또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기간제 교사들의 처우나 현실 등을 짚은 보도는 ‘기간제 비정규직 교사의 분포와 현황’을 기획한 한겨레와 ‘기간제 교사는 무엇인가’라는 기획으로 현실을 조명한 한국일보 정도였다.

이처럼 서 교장 죽음 이후 대다수 언론이 사건의 본질을 회피한 채 전교조에만 비판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언론사의 오래된 선입견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비판의 초점이 교육현실에 맞춰지지 않고 전교조에만 맞춰지고 진실접근은 힘들어 진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언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전교조를 이번 사건의 직접원인으로 낙인찍었기 때문에 사실에의 접근이 힘든 것”이라면서 “교육계는 각종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언론이 중심을잡아야 할 부분이 있는데 오히려 ‘전교조는 이런 집단이다’라며 단정을 내리는 보도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