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현재 ‘사실상 종전’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미군의 바그다드 함락 전후 국내언론의 이라크전 보도태도가 개전 초기 불거졌던 문제점을 답습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서구언론 중심의 받아쓰기 양상이나 장기전 전망에서 바그다드 함락으로 이어진, ‘널을 뛰는’ 전황 보도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군의 후세인 은신처 폭격 소식을 다루던 지난 9일자 신문들은 이미 개전 초기에 주요하게 처리했던 후세인 사망설을 또다시 등장시켰다. ‘두 아들과 함께 사망 가능성’(동아) ‘후세인 피폭 사망 가능성’(대한매일) ‘후세인 이번엔 죽었을까’(세계) 등 대부분의 언론들은 외신을 빌어 사망설을 재거론했다. 이같은 보도는 ‘종적 감춘 후세인 죽었나 살았나’(조선) ‘후세인, 미와 망명협상설’(동아) 등의 기사로 이어졌다.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 발언을 미국 언론들이 비중있게 보도하고, 국내 언론이 이를 받아쓰는 양상을 되풀이한 셈이다.
지난 10일 바그다드 함락 보도 이후에는 미국의 첨단무기와 전략에 대한 평가가 주요 기사로 떠올랐다. ‘전사 새롭게 바꿔 쓴 신개념 전투’(경향) ‘90%가 초정밀탄…시가전 불필요/첨단전의 위력’(대한매일) ‘미국의 첨단전략’(조선) 등의 기사는 미국을 개전 3주일만에 ‘승리’로 이끈 군사전략과 첨단무기에 대한 소개로 채워졌다.
불과 1주일 전만해도 언론은 ‘미언론 장기전 우려 “연합군 최대의 적은 시간”’ ‘“전략실패” 비난…궁지몰린 럼즈펠드’ ‘미, 시가전 앞두고 긴장/건물 밀집…첨단장비 효율 떨어져’ 등의 보도를 통해 장기전 전망을 내놓거나 미국의 군사전략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전하고 있었다. 언론은 또 개전 초기 각종 그래픽을 동원해 미군의 첨단무기를 소개, 언론단체로부터 “전쟁의 실상을 알리기보다 흥미위주, 선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지난 11일자 기자칼럼에서 서방언론 위주 보도의 한계를 거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수없이 죽고 살기를 반복했고, 전쟁 전망은 냉탕과 온탕을 셀 수 없이 오갔다”며 “불과 21일 동안 실로 우리 언론의 전쟁 보도는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지적했다.
전세가 기울어지면서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보도의 균형을 잡는 수단으로 주요하게처리됐던 반전 관련기사도 국회의 파병결정 이후 급격히 수그러들었다. 파병안이 처리된 지난 3일 전후 10일간의 반전기사를 카인즈에서 검색해보면, 하루 평균 8꼭지를 넘었던 관련보도는 3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이라크전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반전평화 기사는 자취를 감췄고 언론에서 알자지라를 인용하는 사례도 거의 사라졌다”면서 “물리적인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했다고 해서 국내언론의 미국 언론 편향보도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