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대선과정에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언론인들의 명단이 거론되면서 ‘세풍’ 관련 언론인 리스트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겨레는 지난 11일 ‘언론인 ‘세풍’ 돈받아’ 기사에서 언론인 면면을 거론했으며 참여연대는 “언론인들에 대한 배임수재죄 공소시효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지난 14일 이들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세풍 자금’을 수수한 언론인은 신문사의 경우 97년 대선 당시 정치부장, 정치부 차장, 경제부장 등이, 방송사는 당시 제작본부장, 보도제작국장, 보도국장, 정치부장, 정치부 기자 등으로 활동했던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1일자 한겨레는 “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지방 방송사 보도국장이던 ㄱ씨 등 언론인 10명이 이석희씨가 관리하던 차명계좌에서 출금된 수표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또 “검찰 계좌추적 결과, 이들이 사용한 돈은 대부분 200만~300만원 선이었으며 한 중앙일간지 정치부 차장이던 ㅇ씨는 150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해당 언론인들은 그러나 대부분 자금수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본보와 전화 통화한 7명의 언론인들은 모두 “돈을 받은 일이 전혀 없다” “당시 정치권 인사들과 만난 적이 없다”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해명했다. 반면 일부 언론인들은 ‘세풍 자금’ 수수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도 당시 ‘관행’을 거론하며 일정 부분 돈이 오간 사실을 언급했다. 리스트에 거론된 한 인사는 “선배나 아는 사람에게서 술값을 받아 쓴 적이 있고, 그래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인지는 나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당시 당으로부터 관행상 주는 소정의 돈을 받아 부서 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적은 있으나 이런 것은 다른 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당시 이석희씨나 한나라당으로부터 몇몇 언론인에게 돈이 어떻게 전달됐는지는 등 경로나 액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조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또 “선거 때가 되면 대변인실 등에서 언론사 기자들 식사대접, 출장비 등의 명목으로 현금보다는 수표가 지급돼 사용되는데 그중 세풍 비자금이 어떻게 사용됐고 어느 언론인이 어떻게 썼는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반문하며 “당 차원에서 언론인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14일 ‘세풍 자금’을 수수한 언론인과 정치인들을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이씨에 대한 공소시효가 국외도피로 인해 정지된 이상 배임수증재의 필요한 공범인 언론인들에 대해서도 공소시효는 정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측은 재수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검찰 관계자 말을 인용, “국세청 차장이 정치부 기자들에게 돈을 줬다면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사법처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같은 검찰 방침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전제일 간사는 “애초 검찰에서 언론인 연루 사실을 언급했고 이를 근거로 고발했음에도 불구, 재수사 계획이 없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