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자들 사이에서 ‘탐사보도’란 단어는 그리 낯설지 않다. 각 사별로 지면개편 등의 논의가 있을 때마다 기획기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등장하는 단어이고 또한 우리 언론 보도에 대한 반성에는 늘 탐사보도의 부재가 지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탐사보도와 관련한 국내 언론의 취재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됐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탐사보도와 관련한 국내 연구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세계일보 학술모임 ‘한강로포럼’은 바로 이런 탐사보도를 ‘탐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강로포럼’은 경제부 채희창 차장을 고문, 김용출 정치부 기자를 회장으로 뽑아 지난해 9월 발족했다. 이들 외에 황계식, 박호근, 김형구, 이강은, 이우승, 이천종, 김명준 기자 등 과거 특별기획팀에서 함께 활약하며 ‘이달의 기자상’을 거머쥔 기자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한강로포럼’ 발족후 취재·보도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연구하고 기자 개인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탐사보도에 관한 저명한 외국 도서를 선정, 번역하기로 결정하고 미국의 울만(John Ullmann)이 저술한 를 첫번째 과제로 정했다.
김용출 회장은 “특별취재팀에서 활약하는 동안 깊이 있는 탐사보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 자료를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번역 작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강로포럼 회원들은 매월 셋째주 토요일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길게는 5시간동안 진행되는 모임에서 회원들은 먼저 각자 번역해온 자료를 발표한 뒤 현장 취재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다. 토론이 마무리되면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그날의 토론내용과 탐사보도에 대한 정보 등을 올려 사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들은 번역작업이 끝난 후 번역본과 포럼의 토론 내용을 묶어 단행본을 출간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이 다달이 원서를 번역해 토론을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취재보도에 대한 개인의 역량은 물론 진일보한 언론보도를 향한 사명감으로 밤시간을 쪼개고 주말을 반납해가며 번역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