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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각성하며 살자

칼럼  2003.04.23 1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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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규 영남일보 경제부 기자





최근 한국을 방문해 큰 관심을 모았던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은 항상 자각하는 삶을 살 것을 가르치고 있다. 무엇을 하든지 순간 순간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느끼고 알아차리며 살아가면 바른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르침은 쉬울 것 같지만 실제 행해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다. 보통 온갖 고민과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잠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알아차리더라도 곧바로 망상이나 자신의 습성 속으로 빠져 들어가 알아차리는 마음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정신을 차리려는 노력을 계속해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게 되는 것이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특히 자신을 반성하고 언행을 알아차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재할 때나 글을 쓸 때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전남 승주 선암사에 들렀다. 최근 <지허스님의 차>라는 책을 출간한 선암사 주지 지허 스님을 우연히 만나 차를 한잔 나눌 수 있었다. 스님은 기자들을 종종 접하는데 질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했다. 기자면 그 지역사회나 국가가 올바로 갈 수 있도록 잘못이 있으면 비판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다.

기자들이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 욕심에 좌우되어 객관적인 기사를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신문이나 방송에 다뤘다고 해서 다루지 않거나 작게 다루는 졸렬함을 수시로 보기도 한다. 또 자사 이기주의로 기사의 크기를 멋대로 조정하는 경우도 있음은 물론이다. 알고 하든 모르고 그렇게 하든 잘못된 일이다. 알아차리는 노력을 하다보면 그런 잘못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선암사에 들렀다가 저녁에는 근방에 작업실이 있는 한 중견 문인화가에게 인연이 있어 연락을 했다. 마침 연락이 닿아 그의 작업실에 들러 부인이 빚은 좋은 술을 가물치 안주로 즐기고, 차도 마시며 명창 임방울의 판소리도 들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산골마을의 맑고 상쾌한 아침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정신차리고 살려면 이런 재충전도 필요하다.

그날 오전에는 송광사 인월암에 들러 스님과 차를 한 잔 하면서 차통에 있는 문구인 ‘靜坐處茶半香初 妙用時水流花開’를 놓고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스님은 이것을 ‘마음이 맑은 상태에서 고요히 차를 마시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정도까지는 못되더라도 맑은 정신으로 사는 시간을 점차 늘려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언론인의 역할을 좀 더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