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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호남 소외론 유감'을 읽고

발언대  2003.04.23 13: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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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 광주매일 서울지사 취재부장



‘호남 소외론 유감’이라는 제목의 지난주 ‘발언대’를 읽고 최근 부각된 ‘호남 소외론’의 전개과정을 지켜보며 관련기사를 송고해 온 기자로서 몇 가지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CBS 김승동 차장은 ‘호남소외론’에 대한 광주지역 언론의 보도태도와 관련, “‘보도행태가 너무 지역 이기주의적이고 호도적이고, 구악적이지 않았나’라는 지적을 하고싶다”며 그 이유로 ‘담합에 의한 언론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지역 5개 신문이 지난 3일자 1면 톱기사를 같은 주제로 올렸다는 게 근거였으며 김 차장은 “담합이 아니라면 어떻게 같은 날, 같은 내용으로 그것도 1면 톱으로 보도를 했겠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어떤 소스로부터 이 사안을 취재했는지 모르나 적어도 본 기자가 알기론 ‘담합’은 없었다.

1일자 행자부의 인사내용이 발표되자 관가를 중심으로 지역여론이 술렁이면서 ‘결과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주요하게 처리됐다는 게 보다 실체에 가까운 설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 차장은 또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지역 신문, 방송사 편집 보도국장단의 국정홍보처장 오찬간담회 거절 건에 대해서도 ‘명색이 말과 글로 먹고사는 언론인이 충동적이고 집단적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인가’라고 물었다.

언론인이 말과 글 외의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인가에 대한 논의와 ‘충동적이고 집단적’이라는 표현의 적합성은 일단 논외로 하자.

그러나 ‘보이콧’ 여부는 한 시간여에 걸친 찬반양론이 간단없이 제기된 끝에 내려진 결정이었다는 사실만은 지면을 통해 전하는게 상황판단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김 차장은 이어 행자부 출입기자로서 이번 인사가 ‘지역까지 들고 일어날 만한 호남차별은 아니라고 본다’며 구체적 데이터와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에 대해선 ‘직급보다는 직위가 중요하다.행자부내 20개 주요보직 가운데 호남출신은 한 명 뿐인 상황에서 퇴직자 비율만 지역별로 꿰맞추느냐’는 항변이 나올 수 있으나 개인적으론 김 차장의 시각도 일리가 있다고 인정한다.

다만 이번 ‘호남소외론’은 지난달 11일 검찰 검사장급 인사와 불과 며칠 후인 26일의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발언(문화수도 계획 없다), 지난 1일의 해수부 업무보고 등 일련의 사건 속에서 증폭된 것이지 행자부인사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김 차장이 이 같은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호남 소외론’에 접근했더라면 훨씬 더 설득력있는 비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족을 붙이자면 김 차장이 사용한 ‘구악적’이라는 용어는 마치 청와대와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지역감정에 기대는 구정치인과 지역언론이 실체도 없는 소외론을 부추킨다’고 힐난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유감이다.

누군가 김 차장의 글에 대해 특정정파와 논리가 비슷하다고 언급한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이번 ‘호남 소외론’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는 여야와 신·구주류가 따로 없었으며 그것은 그것대로 지적되고 비판받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