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끊임없이 계속되는, 전쟁에 비유되는 취재 경쟁 속에서 3년, 5년, 10년을 지내다보면 머리는 녹이 슬고 손끝도 무뎌진다. 이 즈음 찾아오는 해외연수의 기회는 그래서 기자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일 수밖에 없다. 기사 걱정, 취재 걱정을 털어 버리고 ‘바깥바람’을 쐬면서 마음껏 쉬고 올 수 있는 기회, 그것이 해외연수로 여겨져 왔다. 준비가 잘 된 일부 기자들은 연수 기간에 나름의 성과를 얻어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해외연수를 휴식의 기회로 여기는 게 사실이다.
이런 잘못된 연수관행에 대한 언론계 내부의 자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연수가 대기업체-종종 언론의 비판대상이 되는 재벌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일부 기업은 자사의 지원을 받아 연수를 하고 돌아온 언론인들의 모임까지 만들어가며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자기 회사의 지원을 받아 연수를 갈 수 있는 기자는 전체의 1%도 안 된다. 그렇다고 공익단체에서 제공하는 연수의 기회가 단기간에 확 늘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자칫 연수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체 지원 연수를 거부하자는 움직임은 언론사 자정 차원에서 볼 때 상당한 의미가 있다.
연수의 형식도 형식이지만, 사실 내용이 더 문제다. 연수의 내용이 알차다면, 기업체 지원이냐 아니냐는 어떤 의미에서는 부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현실론에 근거한 기자들의 볼멘 목소리는 나올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취재해야 하는 현실에서, 충실한 연수 준비가 가능하냐는 반론, 그렇다면 연수는 업무량이 많지 않은 부서 기자들의 전유물이 돼야 하느냐는 반론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기자생활 통틀어 거의 단 한 번 찾아오는 기회다. 이 때 재충전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요즘 네티즌들의 우스개로 “기자들이 알면 온 세상이 다 아는” 그런 기자가 되고 만다.
따라서 다소 강제로라도, 연수의 프로그램을 강화해 기자들의 해외연수가 진정한 재충전의 기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언론 관련 단체나 기타 공익단체의 연수 기회를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
종종 ‘광고주’로서 압박을 가해오긴 하지만, 기업체가 출연하는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꺼릴 필요는 없다. 기꺼이 출연하겠다는 기업들이 있다면, 기자협회나 언론 관련재단 등을 통해 지원하는 것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 각 언론사에서는 해외연수 지원이 부담스럽다면 국내 연수의 지원 폭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언론 현실을 감안할 때 연수제도 개선을 기자들의 자정 노력에만 의지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