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경향신문 사장 공모에 ‘합격’한 장준봉 사장의 언론사 전문경영인 생활이 1년을 넘어섰다. 독립언론을 표방하는 언론사의 전문경영인은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가, 그가 보는 언론계의 문제점은 어떤 것들인가, 이같은 물음들을 채워보고자 지난 9일 장 사장을 만났다.
오전 8시 30분 출근으로 시작하는 장 사장의 하루는 회의, 면담, 대외활동 등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장 사장은 먼저 인터넷에서 사내외 여론을 체크하고, 9시 30분 국실장 회의를 주재한다. 10시부터 12시까지는 회사 간부들과 경영이나 대외활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각계 인사와 연락해 여론을 수렴한다.
점심은 대부분 외부인과 함께 한다. 거래처나 관련기관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신문에 대한 평가도 들어본다. 오후 2시 30분에는 편집인, 주필, 편집국장과 함께 편집위원회를 주재하는데 ‘민감한 사안’ 외엔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3시부터 담당부서 보고나 결재사안을 처리하고 6시에는 광고담당 부사장과 광고동향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일상적인 업무 외에도 일정이 만만찮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광고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대외사업을 위한 주요인사 면담이 매주 4~5차례씩 잡혀있다. 자회사 업무보고, 조찬간담회, 각종 행사 참석, 신문협회 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항상 선두에 서있어야지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장 사장이 품을 들이는 또다른 일은 사람 만나는 일이다.
“창립·창간기념일, 정부기념행사에서부터 ‘신제품 발표회’ 등의 기업 행사에 이르기까지 대외행사는 되도록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활동입니다.” 이같은 활동 속에서 신문에 관한 논평, 경영 관련 정보 등을 수렴한다는 설명이다. ‘수익’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 만나서 광고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도 한번 만나고 나면 아무래도 다음에 직원들이 일하는 게 한결 수월해집니다.”
언론사 사장으로서 정치인과의 만남은? “거의 안만난다”는 답변이다. “특별히 만날 이유가 없습니다. 주로 기업인, 은행 관계자, 대학총장, 정부기관 관계자 등과 만나 의견을 나눕니다. 정치인은 취임한 후 한번 정도 만나봤습니다.”
그렇다면 전문경영인이 보는 언론사 경영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장 사장은 무엇보다 특권의식을첫손에 꼽았다. “신문에는 그동안 ‘원가개념’이 없었습니다. 제대로 투자할 줄도, 회수할 줄도 모르고, 덮어놓고 ‘광고나 달라’는 식이었죠. 장관도 총장도 세일즈맨을 자처하는 시대 아닙니까. 남에게 책임과 의무를 강요하기 전에 언론 스스로 그것을 다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장 사장은 언론사의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재벌사례를 보면 IMF 전후,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면서 오너경영은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신문사에 전문경영인제가 도입되면 경영 투명성이 확보되는 것은 물론, 위기상황에서 대처능력이 더욱 높아지리라고 봅니다.”
언론계 전반의 문제에 대해서도 장 사장은 할 말이 많았다. “신문의 질보다는 경품과 같은 자금력에 의해 시장판도가 형성됐습니다. 그리고 그 재력을 통해 신문사도, 판도도 유지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장 사장이 또하나 문제점으로 든 것은 신문의 ‘자기 색’에 관한 것이었다.
“올바른 의미에서 지면 차별화가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쓰고 불리한 것은 쓰지 않는 양상이 심각합니다. ‘편가르기’ 식이 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장 사장은 이 대목에서 “언론의 독립을 말하면 흔히 권력에 대한 독립만을 내세우는데 자본과 경영으로부터의 독립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보람과 고충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희비가 교차했다.
“900억원에 달하는 리스비용으로 인해 재무상태가 하루아침에 나아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취임 이후 자금수지를 맞춰나갔고 리스 이자도 연채 없이 납입하는 등 회사 안정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고충은? “광고수지를 볼 때”라며 솔직하게 토로했다. 장 사장은 “취임 2개월 전부터 하향세를 보였던 경기가 재임기간 내내 호전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사원들에게 미안한 심정”이라며 “내년 상반기 경기가 호전되면 남은 임기 동안 경영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