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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그룹 재편중인 중국 언론

[한-중 기협 연례교류 참관기]

김인석 기자  2003.04.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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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심해 통폐합 불가피, 인력개편은 이미 시작



김인석 대한매일 지회장



중국 언론매체는 구조조정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앞으로 차츰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았다.

관영매체라는 제도적 특성을 띠기는 하지만 중국 언론은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정부로부터의 지원이 줄어들자 새로운 수입원을 찾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11번째 맞는 한-중 기자협회 연례교류의 일환으로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중국의 몇몇 언론관련 기관을 돌아보면서 WTO가입으로 더욱 치열해진 언론사간 경쟁구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중국 내의 경쟁뿐만 아니라 외국 자본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이 곳곳에서 배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열흘동안 둘러본 중국의 도시는 베이징(北京), 청떠(承德), 창저우(常州), 항저우(杭州), 상하이(上海)였다. 베이징에서 CCTV에 들러 중국의 텔레비전 방송환경을, 인민대학 신문학원을 방문해서는 중국의 언론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항저우에서는 ‘동북아시아의 발전방안과 한중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양측의 대표들이 세미나를 열고 저장리바오 보업집단(浙江日報 報業集團)을 방문해 신문제작 과정을 둘러 보았다.

CCTV는 작년말 서부지역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채널 1개를 늘려 현재 12개의 채널을 확보하고 있고 올해는 신문뉴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채널을 추가할 계획인데 6월에 첫 전파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CCTV는 지방방송, 위성TV방송이 생기면서 이들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다. 이전에는 시청률 조사가 없었으나 올 3월엔 상부의 지시로 프로그램, 아나운서 등의 인기도를 조사했는데 13개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지 못해 프로그램 책임자에게 개선하지 못하면 곧 폐지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특별 경고했다고 한다.

CCTV는 우리나라의 KBS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사장 선임 절차는 우리와 상당히 다르다. 사장 선임기간이 2년인데 상부에서 사장 후보를 추천하라고 하면 2명은 CCTV 직원들이 내부 출신을, 1명은 상하이에서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CCTV 외부에서 추천한다. 이렇게 5명의 후보가 정해지면 먼저 3명을 뽑고 다시 상부에서 3명에 대해 각 후보에 대한 직원들의 선호도 조사를 거친 뒤 최종 임명은 당 조직부, 선전부에서 한다. 현직 사장은 제2TV 출신으로 CCTV에서 20년 근무한 내부 발탁 케이스.

인민대학은 중국 정부에서지정한100대 중점 연구기지 중 신문학 관련 중점 연구기지가 있는 유일한 대학이다. 신문학과의 배양을 통해서 사회발전을 추진하자는 취지로 신문학 연구기지를 두었는데 주요 과제는 정부와 사회의 부패 감시 방안, 보도매체의 경영 상황, 중국에는 아직 없는 언론 관련법 제정, 출판 간행물 연구 등이다.

저장성 기자협회 푸상륜(傅上倫) 전직부주석(專職副主席)은 “중국의 언론시장은 더욱 심해진 경쟁으로 언론사들의 구조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장성에만 120여개의 신문사와 101개의 텔레비전국이 있는데 작은 신문사나 방송사는 더 큰 언론사에 통폐합돼 그룹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언론사의 거대그룹화는 어쩌면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저장리바오 보업집단은 3종의 신문과 9종의 잡지를 발행하고 있고 1999년 11월부터는 인터넷신문사업(www.zjol.com.cn)을 시작했다. 인터넷신문에 하루 접속자 수가 70만∼80만명에 이른다. 또한 “텔레비전 방송 진출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야오민성(姚民聲) 사장에 의하면 저장리바오 보업집단의 거대언론그룹화는 이미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가 아닌가 한다.

“기자들 특히 경제부에서 일하는 기자들의 일반 기업으로의 전직이 잦아 언론사의 인재 명맥이 끊기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천화성(陳華勝) 기자의 귀띔은 일부에서 이미 언론사 인력의 구조개편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