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내용은 검찰수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번 일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중앙일보 발행인인 홍 사장에게 혐의사실이 모아지고 있는데 대해 주목한다."
18일자 신문에 게재된 바대로 중앙일보의 공식 반응은 이 정도이다. 특별히 별도의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도 아직 없다. 17일 오후 홍석현 사장은 국장단과 점심을 함께 하며 "싸움 걸 필요가 있겠는가. 검찰수사에 성심껏 협조하고 내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모임도 특별히 준비된 자리가 아니었다는 전언이다.
한남규 편집국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특별히 비판하고 나설 일도, 그렇다고 불필요하게 저자세를 보일 일도 아니다. 다른 사안과 마찬가지로 언론의 역할에 걸맞게 다뤄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검찰조사를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일단 중앙일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당혹감'으로 요약된다. 예상을 뛰어넘은 국세청 조사 발표와 홍 사장 고발이라는 '강수'를 선택한 데 따른 충격이 적지 않다. 편집국 일각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비리를 추적하는 기사를 내보내겠는가"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당혹감 저변에는 세무조사를 둘러싼 불만이 만만찮게 퍼져 있다.
수사결과를 통해 실체적인 진실이 규명돼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국세청의 조사 배경과 과정, 발표 내용 등 애초 제기했던 의혹은 여전히 씻겨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 기자는 "세무조사 결과를 공표했던 현대 포철의 경우 해당기업의 잘못도 있었지만 항상 그 배경을 놓고 문제가 돼 왔다"면서 "언론 보도를 보면 대부분 이런 부분들을 묵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표면적인 당혹감이 내재적인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응들은 "궁극적으로 97년 대선 때의 구원(舊怨)이 결국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