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언론 지원과 육성을 위한 법 제정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다른 한편 이같은 활동은 법 제정 전망과 함께 지원 기준과 방식 등 논란을 예고하는, 넘어야 할 산들을 앞에 두고 있다. 시리즈를 통해 지방언론 관련 특별법 제정 논의 현황과 쟁점, 향후 전망과 과제를 짚어본다.
지난해 3월 강원도민일보의 ‘지방신문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청원 추진안’을 시작으로 기자협회, 지방분권국민운동 언론노조 등이 잇따라 특별법 시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방신문사 발행인 단체인 한국지방신문협회 전국지방신문사협의회 등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새 정부 출범 전후 지방분권이라는 명제가 전면에 부각됐고, 실제로 인수위 시절부터 지방언론 지원 방침이 거론됐던 점 등이 주요한 동인으로 작용했다.
지방언론의 역할이 재론되는 것은 지방분권과 지방언론 활성화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방분권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실한 지역언론”이라며 “지역여론을 수렴하고 지역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수단이 없다면 지방분권이나 지방자치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방언론의 ‘부실’은 어디서 비롯됐는가. 학계나 언론계에서 분석하는 요인은 크게 세가지 정도다.
△사회 전반의 자원이 중앙집중, 서울중심으로 짜여진 중앙집권체제에서 지방언론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언론 외적인 득실을 좇는 사주들의 비정상적인 행태나 지역사회와 괴리된 편집·보도 등으로 지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2000년 광고주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방신문의 구독비율은 8.7%에 머물렀다. 여기에 △이른바 중앙 거대언론의 물량공세로 지방신문 시장의 잠식이 두드러진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거론됐다. 생활정보지의 급성장 역시 지방신문의 여건을 더욱 어렵게 했다. 언론재단의 ‘2002 언론 경영실태 분석’에 따르면 광고시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매체로 지방지 관계자들은 생활정보지를 꼽았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를 “중앙지라는 고래에 치이고, 소지역 신문과 생활정보지라는 새우떼, 송사리떼에 쫓기는 신세”로 비유했다.
지방언론의 열악한 형편을 증거하는 경영수치는 많다.강원일보 경인일보 광주일보 등 13개 지방일간지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2513억원으로, IMF 이후인 98년 2045억원보다 많지만 97년 2991억원을 여전히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97년과 2002년 13개 신문의 매출규모는 한국일보 1개사 보다 200억~300억원 정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97년~2002년 기간 중 4년 이상 흑자를 기록한 곳은 강원도민일보 국제신문 부산일보 정도였다. 재무구조 면에서는 보다 심각하다.
‘2002 언론 경영실태 분석’ 자료에서 13개 지방일간지의 부채비율은 99년 841.79%(중앙지 지방지 중앙방송 지방방송 평균 135.83%)→2000년 794.37%(121.10)→2001년 자본잠식(137.62%)으로 악화됐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37.67%(전체평균 19.81%)→36.81%(21.07%)→45.62%(25.65%) 등으로 평균치를 상회했다.
문제는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 지방언론의 지원·육성 필요성이 지역민과 독자들이 아닌, 신문사나 언론단체에서 제기됐다는 점이다. 법 제정 못지 않게 지방언론의 지원·육성에 관한 지역민과 독자들의 ‘타당한’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일부 신문과 지자체에서 ‘지방신문 보기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희창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은 “지방언론의 지원·육성은 무엇보다 독자들에 대한 설득이 전제돼야 하는 작업”이라며 “설득의 전제조건은 지방언론의 개혁이며 이것 없이는 지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분권 확립을 위한 지방언론 활성화 또는 정상화라는 명분이 지방언론 개혁이라는 실질적인 조치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