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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입을 열라, 기자들이여

우리의주장  2003.05.07 13: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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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치학자는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의 가장 큰 특징으로 언론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을 꼽은 적이 있다. 정치는 정당에 의해 주도되기 이전에 언론에 의해 틀이 짜이며 정책 아젠다와 이슈를 설정하는 것도 언론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 고급관료의 일이란 기껏해야 언론의 보도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맞춰가는 일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그 학자는 또 언론은 정치 영역에서 이뤄지는 일들의 도덕성과 불법에 대한 판단도 내리는 등 준사법적 기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정신과 내면의 영역까지 임의적으로 개입해 ‘좌파’니 뭐니 이른바 사상검증까지 자유롭게 해댄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 학자에 의해 비판을 받고 있는 ‘막강한 언론’의 현실 인식은 사뭇 다르다. 그들은 지난 김대중 정부에 이어 이번 노무현 정부에 있어서도 정권의 부당한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계의 현안 가운데 하나인 신문고시 문제만 하더라도 정부에 의한 언론시장 직접 개입 문제로 규정하고 또 다른 형태의 언론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우리는 힘이 없다”고 소리치는 것이 작금의 ‘막강한 언론’이다.

뿐인가. 노 대통령이나 정부 관료가 언론에 대해 무엇인가 한마디하면 예외 없이 대서특필되고, ‘정말 한번 붙어보자는 것이냐”며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기까지 한다. ‘막강한 언론’은 현재의 위정자들이 감정처리가 미숙하며 노골적으로 언론에 대해 적대감을 표출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 속에도 정권에 대한 불쾌한 감정이 미숙하며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음은 물론이다.

그 어떤 현안을 막론하고 ‘언론계 현안’은 국민들에게 짜증을 주고 있다. 비비꼬이고 섞여 무엇을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권이건, 언론이건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언론계 현안’을 두고 충돌하는 두 집단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가히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젊은 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충돌하고 있는 두 개의 ‘짜증나는 집단’ 그 어디에도 기자들의 진정한 목소리는 제대로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치권력’이나 시민사회는 일선 기자들을 ‘막강한 언론’에 포함돼 있는 구성요소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현재 ‘막강한 언론’이 내는 목소리에는 사주나 회사간부의 목소리가 주로 담겨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우리는 “이제는 젊은 기자들이 목소리를 내야할 때”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침이 향하는 종착역은 두 개의 ‘짜증나는 집단’이다. 하나는 정권, 또 하나는 언론이란 말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우리들이 소속돼 있는 직장이란 점에서 제 목소리 내기가 더욱 힘들 것이다. 바로 그 점을 스스로 직시하고자 한다.

입을 열라. 기자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