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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지명관 이사장의 발언

서정은 기자  2003.05.07 13: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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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지명관 이사장이 “청와대에서 정연주씨를 민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것은 시점이나 내용에 있어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청탁성 전화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문제이고 당사자를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만 로비와 압력을 막고 자율적으로 올바르게 사장을 제청하라고 이사회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동구 파동’을 겪으면서 KBS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사장을 제청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고, 이사회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거듭 공언하지 않았던가.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개입은) 지명관 이사장이 밝혀야 할 사안이다. 나는 전혀 모르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 이사장은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지 이사장의 발언과 맞물려 일부 언론은 KBS 이사회의 사장 선임 표결에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자체 표결로 다득표자를 선정하고 이를 이사 전원이 제청하는 형식으로 연서를 한 이상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사회 대표적 원로로 꼽히는 지 이사장이 별안간 ‘청와대 청탁’ 내용을 폭로하고 “KBS 본부장 인사는 비인간적 조치”라고 꾸짖으며 세상에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이사장을 연임하고 싶었는데 잘 안된 것 같다”거나 “본부장 인사를 부탁했는데 거절당한 모양”이라는 항간의 소문과 추측에 대해서도 지 이사장의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KBS 한 중견 기자는 “정 사장의 개혁방향에 꼬투리를 잡은 이사장 발언을 계기로 KBS 보수 세력들이 어떻게 입지를 강화하며 개혁의 발목을 잡을지, 또 이들의 반발을 빌미로 한나라당이 어떤 공세에 나설지 주시해야 한다”며 향후 파장을 우려했다. 정 사장이 5월 22일 재신임을 받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