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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상 심사평]'진 장관 수사방해 의혹' 보기드문 역작 호평

김영호 심사위원  2003.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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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미디어포럼 회장



151회 이 달의 기자상을 마감한 결과 평소에 비해 다소 많은 36개 작품이 응모했다. 출품작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작품성도 뛰어나 우열을 가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18명의 심사위원이 참석한 1차 심사에서 모든 출품작이 통과하는 이변을 낳았다. 경합이 치열하다보니 지역취재부문에서는 훌륭한 작품들이 수상의 기회를 놓치는 아까움을 남기기도 했다. 지역기획취재 방송부문과 전문보도부문에서는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의 ‘진대제 정통부 장관 장남의 병역면제, 이중국적과 공정위 조사방해 의혹’은 보기 드문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나라 지도층이 이중국적을 병역면제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현실에서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을 검증한 취재노력이 돋보인다. 더 중요한 부문은 진 장관이 삼성전자 사장으로 재직했던 2002년 삼성그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방해한 의혹과 관련한 보도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으니 여기에 대해서도 YTN의 추적보도를 기대해 본다.

기획취재 신문-통신부문의 수상작인 중앙일보의 ‘국민연금 대해부 시리즈’는 다른 매체들도 이미 다루었다는 점에서 참신성이 떨어지는 기획기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기획취재 방송보도부문의 수상작인 부산MBC의 보도특집 ‘그들만의 고통-위기의 소방관’은 과거 다른 매체들도 단편적으로 다룬 바 있어 기획성만 본다면 새롭지 않다. 그런데 이 작품은 각종 실험, 조사, 검진 등 과학적 접근을 통해 소방관의 직업병을 규명하려고 시도한 점이 돋보인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보기 드물게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출품돼 심사위원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치열한 경합 끝에 수상의 영광은 광주일보의 ‘고흥군 허위 수해복구사업’이 차지했다. 고흥군의 일부지역은 수해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도 보상지원을 받은 사실을 현장확인을 통해 고발한 기사이다. 피해규모를 조작하는데는 지방공무원 뿐만 아니라 중앙부처 공무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패구조에 경종을 울렸다.

지역기획취재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공장 난개발 광풍-난도질당하는 국토’가 압도적 표차이로 수상작에선정됐다. 그 동안 수도권의 아파트-골프장 건설에 따른 난개발의 폐해를 지적하는 기사는 많았다. 하지만 공장건설을 핑계로 한 무분별한 개발을 다룬 기획기사는 거의 없었다. 개발이익을 기대해 산허리를 잘라내고 산림을 파헤친 인간의 탐욕을 고발한 기사이다. ‘파괴의 현장’을 담은 항공사진이 그 심각성을 한마디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