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는 지역 간 갈등의 틀을 넘어 중앙집권, 서울집중 해체를 위한 ‘지방’의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지방언론도 이같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민주화 과정에서의 대구와 광주의 의미’를 주제로 열릴 26회 기자포럼에서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구와 광주가 지역주의를 재생산하는 ‘소용돌이 정치’의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구, 광주 그리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라는 발제에서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지역주의이고 지역주의의 가장 중요한 터전은 대구와 광주”라며 “영호남 대립이란 결국 대구와 광주의 대립”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자원이 중앙과 서울로 집결되는 ‘소용돌이 정치’ 속에서 대구와 광주는 지역주의의 거점이 돼 정치적으로 서로 경계하고 배제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지역주의를 중앙정치의 권력투쟁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적 동원 메커니즘에 엘리트, 지역사회 기득권세력과 함께 지역언론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그같은 사례로 거론된 것이 92년 대선 이후 불거졌던 93년 ‘TK정서’와 2003년 ‘호남소외론’이다.
김 교수는 “‘TK정서’나 ‘호남소외론’은 서울에 가있는 지역출신 인사들과 지역 기득권 세력의 문제이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이러한 상황은 중앙에서의 권력투쟁을 위해 지역주의를 동원한 엘리트들의 말에 현혹된 결과”라며 지역민과 지역언론의 각성을 촉구했다.
대구, 광주로 상징되는 지역주의 극복의 ‘역사적 가능성’으로 김 교수는 60년 2·28 대구민주운동과 80년 5·18 광주민중항쟁 사례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선 2·28 대구민주운동은 4·19의 도화선이 됐으며 5·18 광주민중항쟁은 민주화운동의 다양한 사상적 흐름의 원천이 됐다”고 평가했다. “지방에서 시작해 전국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성공”했던 역사적 경험에 주목한 것이다.
김 교수는 “서울과 지방 간 자원배분의 불균형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데 정치 사회적 균열은 서울과 지방이 아니라 영남과 호남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앙과 서울 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방’의 관점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바깥에서의 지역주의 비판은 지역주의 극복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특히 광주와 대구로부터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탈지역주의 정치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앞장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