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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몰아내고 한겨레 젖줄 민주주의 지키자"

[2025 신년사] 최우성 한겨레 대표이사

최우성 한겨레 대표이사  2025.01.02 15: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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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한겨레 대표이사 사장.

안녕하십니까.

마지막까지 유난히 모질고 험난했던 한 해를 떠나보내고 2025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충격과 혼돈, 분노와 안타까움이 켜켜이 쌓인 시간을 버텨내며 각자의 역할을 성심껏 다해준 한겨레 가족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특히 녹록지 않은 경제 환경 속에서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 분투해주신 매출 담당 부서 동료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시 떠올리기조차 싫은 내란의 밤, 유린당한 민의의 전당 국회와 찬바람 부는 여의도 거리를 끝까지 지켰던 현장 기자들, 훤하게 켜진 뉴스룸을 휑한 눈으로 지새웠던 데스크와 내근 동료들, 밤새워 윤전기와 씨름했던 제작국 동료들과, 추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독자와 시민들에게 갓 인쇄된 한겨레를 품에 안고 달려간 독자서비스국 동료들, 긴급 상황에서도 재빨리 대처한 기술센터 동료들을 비롯해, 마음과 정성을 모아준 모든 한겨레 가족 한 분 한 분에게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 아울러 비극의 남도 참사 현장에서 저무는 한 해와 밝아오는 새해를 지켜봐야 했던 동료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어김없이 새해의 아침이 밝았으나 희망의 언어는 아직 사치인지도 모릅니다.

무도한 권력자와 ‘악의 빙산’이 저지른 내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내란의 불씨는 자칫 내전의 화마로 옮겨붙어 우리 사회를 한순간에 집어삼킬 듯합니다. 시계 제로의 지구촌을 엄습한 엄혹한 정치경제 환경은 또 다른 위협입니다. 벌써부터 언론 산업, 특히 신문사에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렌즈의 배율을 잠시 바꿔보면, 거대한 변화의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래 전 어느 유명 가수가 “나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라던 21세기의 1/4의 시간이 속절없이 과거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모든 낯익은 것들의 경계가 눈 녹듯 사라지는, 이른바 빅블러의 물결은 완전한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익숙한 것’, ‘지금껏 해오던 것’에 안주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존재가 뿌리채 부정당하는 냉혹한 심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2025년은 ‘언론 한겨레’와 ‘기업 한겨레’에 너무도 험난한 도전이자, 놓칠 수 없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사회 이슈가 전면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2025년, 우리는 온 힘을 모아 ‘언론 한겨레’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행보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합니다. 껍질을 허물고 살결을 도려내는 아픔을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업 한겨레’가 살 길입니다.

얼핏 서로 충돌하고 모순되며 혼란과 피로감만 가중시킬 지도 모를 두 극단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잡는 지혜와 용기, 공감대가 더없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이달 중순 예정된 경영설명회에서 좀 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우리는 왜 한겨레에서 일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한겨레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 우리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단순하지만, 어쩌면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이 물음을 화두 삼아 2025년을 다 함께 헤쳐 나가 보자고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불안과 냉소, 무기력과 방관의 공기를 떨쳐내고자, 어느 시인이 토해낸 싯구를 새해 아침 조심스레 전하고 싶습니다.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변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 몸과 마음이 아픈 동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지켜보는 이들의 아픔도 덩달아 켜져만 갑니다. 잠시 건강을 해친 모든 동료들의 쾌유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한겨레 동료와 가정,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 모두의 건강을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옆자리 동료를 향한 따뜻한 위로와 격려, 굳건한 신뢰와 사랑으로, 한겨레를 응원하는 시민들과 함께 어둠의 시간을 몰아내고 한겨레의 젖줄 민주주의를 지켜냅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