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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인사 시스템 정착이 관건

서정은 기자  2003.05.07 14: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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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국민 추천제 등 공개모집 ‘일회성’ 한계 지녀





“지속적인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

직원추천, 국민추천 등 방송사 사장 인선에 공개모집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나아가 공모에서 그치지 않고 직원 대표와 시민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개적으로 후보를 검증·결정하는 방식도 구체적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있는 ‘실험’과 ‘시도’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시스템은 여전히 부재하다. 그러다보니 정치권 내정과 밀실 추천 또한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이 사장 임명 때 직원추천 방식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KBS 이사회도 비록 시민단체의 사장추천위 구성 제안을 거부하긴 했지만 국민추천 방식을 도입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KBS는 또 시민단체와 노조가 공동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개적인 추천과 검증을 벌였고, 그 결과를 이사회가 무게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절차적 합리성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연합뉴스와 CBS가 공식적으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가동키로 한 것은 가장 진일보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는 사장 공모제를 결정하면서 대주주인 KBS와 MBC, 언론학계, 시민사회단체, 사원대표 등이 참여하는 사장추천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CBS도 사장 공모제와 함께 직원대표가 참여하는 사장추천위 구성을 공식화함으로써 교단간 ‘사장 나눠먹기’라는 관행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마련했다.

이같은 흐름은 ‘밀실 추천’ ‘낙점 인사’가 아니라 공개적인 검증 절차를 통해 전문적이고 개혁적인 인사를 선임하려는 의미있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그렇지만 일정한 체계와 조직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갖춰지지 못하고 인사권자, 대주주, 임명권자가 노조와 시민단체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의 한시적인 제도라는 점에서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속적으로 내용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되지 않으면 일시적인 요식 절차로 그치고, 또 오랫동안 굳어진 정치권 낙점과 밀실추천 관행 타파는 그만큼 요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KBS 이사회가 국민추천 방식을 도입해 서동구 사장을 임명 제청했지만 대통령이 추천한 인사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한차례 파동을 겪었다. 최근에도 지명관 KBS 이사장이 “청와대에서 정연주씨를 미는전화가 왔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계 인선방식의 새로운 대안과 시스템을 요구하는 사회적 흐름은 확산되고 있지만 추천·임명권자들의 구태의연한 발상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대표적으로 방송위원 구성 문제는 변화의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방송위원 배분 다툼, 밀실 추천, 정치적 자리안배에만 골몰할 뿐 공개적인 자격 검증과 투명한 인선 절차는 어디에도 없다. 방송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필요성, 각계 추천인단을 구성해 방송위원을 엄격하게 공개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또한 공석중인 방송광고공사 사장에 대한 정치권 내정설과 하마평도 끊이질 않고, EBS도 사장의 정치권 내정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결국 문제는 인선 절차와 방법을 제도적으로 명문화하고 지속적인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를 거쳐 투명하고 공개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정착시킬 때 기존의 잘못된 인선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뿌리뽑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인사검증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적 언론기관들은 내부 구성원과 외부 시민단체들이 결합하는 검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작동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