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는 당초 이달 17일 한국일보사에서 매일경제신문으로 사무실을 이전해 19일자부터 새 CTS로 작업할 계획이었다. 이미 매일경제측에 1억원의 임대 보증금을 냈고, CTS 도입을 위해 서울시스템에 계약금 4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한국일보가 일간스포츠 인쇄를 위한 전용선 설치를 불허하면서 이사 준비에 제동이 걸렸다. 사무실 이전 문제로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했지만 이면에는 경영권 다툼으로 불거진 불신의 벽이 자리잡고 있다.
▲입장 어떻게 다른가=일간스포츠 관계자는 “한국일보의 CTS가 오래됐고 한국일보와 마감시간이 겹칠 경우 일간스포츠의 판갈이가 어려워 새 시스템이 필요했다”며 “새 CTS 도입을 위해 공간을 요구했지만 한국일보가 거부해 사옥 이전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또 “이미 계약금까지 냈는데 이제 와서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일보의 입장은 다르다. CTS 등 외주가공비 계약과 임대 계약이 각각 내년 3월, 연말까지인 만큼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또 한국일보 관계자는 “사무실 이전에 앞서 일간스포츠가 분사 당시 지급하지 않은 잔금(157억원)을 내고, 외주가공비 등 미수금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엔 일간스포츠의 ‘독립’을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당장 일간스포츠가 나가면 외주 가공비, 임대료 등 월 2억원 가량의 손실이 생기는데다가 향후 일간스포츠가 인쇄, 판매, 인터넷 등까지 차례로 ‘홀로서기’를 할 경우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수입이 줄게 된다. 게다가 ‘5대 매체’를 가진 종합미디어라는 한국일보사의 이미지에 끼칠 타격은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다.
▲갈등의 뿌리는=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의 갈등은 사무실 이전 문제로 불거졌지만 단순하지 않다. ‘계약 원상회복’과 ‘이전 불가피’를 두고 양사의 입장차가 큰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해 한국일보사 경영권 문제를 둘러싸고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과 장중호 일간스포츠 사장간 불신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무실 이전 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있다. 지난달 18일 한국일보는 일간스포츠에 대해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최대주주인 한국일보에통보없이 제3자 배정을 통한 유상증자를 해 장중호 사장측 지분을 늘린 데 대한 이의 제기다.
또 장중호 사장의 어머니인 이순임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한국종합미디어에 대해 ‘임원 개선’을 안건으로 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한국일보의 자회사인 한국종합미디어가 지난해 장중호 사장이 보유했던 한국i닷컴과 한국미디어그룹(HMG) 주식을 시가보다 비싼 값에 매입하고, 장 사장과 특수관계인 한국문원에 담보없이 20여억원을 대출해 준 데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한국일보에 55억원의 채무가 있는 HMG(대표이사 장중호)에도 최근 가압류 신청을 했다.
이와 관련, 일간스포츠 관계자는 “제3자 배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며 “나머지는 최대주주인 한국일보와 자회사간 문제”라고 반박했다.
현재로선 양측의 의견차가 크다. 다만 일간스포츠가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에 채권단,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3자간 협의체를 구성, 현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고, 한국일보는 ‘매각대금 157억원 공탁’을 전제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