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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사장 선임방식 달라진다

김상철 서정은기자  2003.05.14 11: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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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추천위’ 통해 객관성·투명성 담보

‘합리적인 후보 검증방안 마련이 과제



방송·신문사의 사장 선임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사장 공모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별도 기구인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인선 절차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차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언론계 인선은 정부나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밀실추천, 정치권 낙하산 등 각종 외압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각계 대표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사장추천위’는 이같은 정치적 외압 논란을 불식시키고, 인선 과정을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정착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MBC KBS E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도입됐던 ‘공모제’는 인재 풀을 보다 폭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이것이 곧 사장 선임의 투명성이나 공정하고 엄격한 자질 검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CBS YTN 연합뉴스 대한매일 등 4곳의 언론사가 실시하고 있는 ‘공모제+사장추천위원회’ 활동에 언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사장추천위원회’ 역시 그 자체로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만능 장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몇 가지 전제 조건은 필수다. △사장추천위 구성방식과 위상 △후보 검증의 원칙·기준·배점 등 세부 운영규칙을 합리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우선 사장추천위 구성방식은 각계 대표성을 충분히 반영하는 독립기구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언론사의 사회적 역할과 공적 기능을 감안한다면 이사회나 대주주, 직원대표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신망을 지닌 외부 인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CBS는 사원대표와 외부 기독교계 인사의 참여를 보장했고, 연합뉴스도 사원대표와 시민단체 대표를 포함시켰다.

또한 추천위원들이 해당 언론사의 특성과 현안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도덕성과 개혁성, 명망가 위주로 후보 추천이 이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 윤근영 노조위원장은 “사장추천위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회사의 현안과 문제점이 무엇이고, 그 해결방안과 기준은 무엇이며, 그 기준에 맞는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연합뉴스의 경우라면 통신에 대한 전문성, 경영능력과 비전, 조직관리능력 등을 선정기준에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결국 어떻게 뽑을 것인가, 즉 후보선임 원칙, 기준, 심사규정 등 사장추천위에서 마련하는 세부 운영규정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사내외 설문조사와 토론회 등 여론수렴 장치를 거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CBS 김선경 노조 사무국장은 “사장추천위가 서류심사와 표결로 후보자를 정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근거와 내용을 갖춰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검증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항목별로 계량화해 가중치를 정한 뒤 상위 득점자를 결정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사회와 대주주 등이 사장추천위의 심사 내용과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추천위의 위상과 권한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합뉴스는 사장추천위가 최종 선정한 1명의 후보자를 주주들이 사장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사회나 대주주가 복수로 추천된 후보들 가운데 ‘입맛’에 맞는 후보자를 뽑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 차단한 셈이다.

새로운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장추천위가 이러한 전제 조건들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또다시 이사회나 대주주의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론계 인선이 더 이상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되지 않으려면 추천위원회의 독립적인 구성과 위상 확보, 투명하고 합리적인 심사 과정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