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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연합뉴스 사장 선임에 부쳐

우리의주장  2003.05.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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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사장 추천위원회가 구성됨에 따라 새 사장 선출이 본격화됐다. 이번 사장 선임은 연합뉴스 사상 처음으로 공모제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안팎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는 먼저 연합뉴스를 변화 발전시킬 리더십이 창출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또 공개적이고 투명한 선임을 기치로 내세운 새로운 공모제 방식이 그 자체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과 맹점을 제거해 가면서, 공기업 성격을 띤 다른 언론사에도 긍정적으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우리는 이번 연합뉴스 사장 선출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고자 한다.

우선 연합뉴스 차기 사장이 갖추어야 할 덕목에 관해서다.

연합뉴스사법의 제정을 계기로 연합뉴스는 제2의 창립과 같은 중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이는 연합뉴스는 국내 신문 방송을 상대로 한 뉴스서비스 차원을 넘어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과 경쟁하면서 뉴미디어 시대를 개척하는 데 선도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로 선출되는 사장은 연합뉴스의 변화된 환경과 공적 기능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행할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문성만으로는 언론계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연합뉴스 사장 선출의 어려움이 있다 하겠다. 즉 도덕성과 개혁 마인드를 겸비하지 않고서는 연합뉴스 내부 구성원의 변화 욕망과 국민의 대언론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우리는 지난 시절 연합뉴스의 정파성에 대해 굳이 지적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향후 정치적 중립성이야말로 새로운 연합뉴스사법 체제 아래서 이 언론사가 통신의 명실상부한 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전제조건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합뉴스가 80년 언론통폐합의 산물로 탄생함에 따라 사내 계파문제가 변화와 개혁,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얘기가 떠도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 계파의 이해를 떠나 공정성과 균형감각을 지닌 인사라야 비대화, 관료화한 조직문화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연합뉴스 사장은 경영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장기 발전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인사가 선출됐으면 하는 바람을 우리는 떨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연합뉴스 사장이 외부 사람들로 채워진 것도 따지고 보면 역대 사장들이 경영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정치권눈치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연합뉴스 사장 선임에 정부 당국과 정치권이 일체 관여하지 말 것을 정중히 당부하며, 또 그러리라 믿는다. 정부는 그 대신 정권의 이해를 넘어 국가이익과 국가 기간통신 본연의 역할을 십이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 자세를 지켜나가주기 바란다. 사장공모제 확보에 큰 기여를 한 노조 역시 사장 선임에 관여할 경우 향후 경영권을 감시, 견제 및 비판을 하게 될 위치에서 자칫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길 당부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번 연합뉴스 사장 선임이 시종 페어플레이를 통해, 상처투성이의 여느 선출과정과 달리 언론사에 길이 빛날 멋진 축제마당이 되길 다시 한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