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임기를 2년 이상 남긴 상태에서 연합텔리비전뉴스(YTN) 사장직을 내놓은 장명국(52)씨. 93년 주간 <내일신문>을 창간·운영해 오다 지난해 9월 주주총회를 통해 YTN 사장에 선임되자 이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는 잘 알려진 대로 80년대 노동현장의 이론과 실제를 지도해온 노동운동 기수였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7월 직원들에게 사임의사를 처음 밝히면서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정치에 입문하는 것 아니냐?" "김대중정권과 갈등이 심각하다"는 등 말도 적잖이 나왔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자택에서 만나 그를 둘러싼 갖가지 '설'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 도중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에 대해선 "말할 가치가 없다"면서도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으니 기사화는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퇴임 후 어떻게 지내십니까.
"여기저기 강연 다니면서 바쁘게 지냅니다."(마침 휴일인 이날도 노동부 사무관 이상 간부 170여 명을 대상으로 '21세기와 공직자의 자세'를 주제로 특강을 마치고 돌아온 터였다. 그는 퇴임전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내일신문 직원들과 축구시합을 하다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한 상태에서도 1주일에 두세 번은 강연을 나간다고 했다.)
-정계에 입문하신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여권의 신당 참여자 명단에 오르내리고&.
"권력을 차지하려는 정치는 절대 안합니다. 정치는 국민에게 봉사해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내가 여권 신당에 입당한다느니, 내년 선거에 나간다느니 하는데, 난 그런 위인이 못됩니다. 언론이 당사자인 내게 확인도 않고 그런 식으로 보도한 것은 문제입니다."
(그는 투표권 행사하는 것도 중요한 정치행위인 만큼 내년 선거에서 유권자운동은 열심히 할 것이라며 웃어넘겼다.)
-노동운동가 출신이면서도 YTN 사장 시절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아니었느냐는 지적들이 있습니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임금, 노동시간 등 근로조건 개선이 주목표입니다. 그런데 IMF체제 아래선 직장이 무너져 노동자들이 실업상태로 떨어지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상황이었습니다. 직장이 문을 닫으면 근로조건 개선도 소용없습니다. 또 당시 엄청난 적자상태에서 근로조건을 유지한다는 것은 다같이 망하자는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또 빚이 1000억 이상되는회사가넘어가면 이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이전되는 것 아닙니까. 당시 전직원이 자발적으로 급여 삭감에 동의했습니다. 노조 역시 이에 동의해 주었습니다. 자기희생 없이 개혁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재임 중 YTN에서 급여를 안 받았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그게 꼭 바람직했느냐 하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장 재임 10달간 봉급이나 판공비, 심지어 핸드폰 사용료도 한 푼 안 썼습니다. 대신 개인적인 강연료 등으로 충당했죠. 사원들 봉급을 깎으면서 사장은 연간 2억 원 이상 회사돈을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봅니다."
-YTN사장을 지내면서 몇 점 정도로 평가받을 거라고 보십니까.
(잠시 머뭇거리다가)"평가받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다만 작년 9월 부임 당시 1300여억 원 규모였던 부채가 4개월 만인 올 1월부터 흑자로 돌아서는 등 상반기에 74억 원의 흑자를 내, 애초 계획대로 지난 7월 사임을 결심한 겁니다. 비록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지만 임무를 완수한 점에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YTN사장 재임시 언론개혁에 대해 특히 관심이 많았던 걸로 압니다.
"사실 전 YTN사장에 취임하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방송, IMF 극복의 선봉 경영인, 의식개혁의 전파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비교적 잘됐다고 보는데, 세 번째는 기존 언론과 충돌해 우리 직원들이 애 많이 먹었을 겁니다. 언론개혁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김대중 정부의 언론관을 어떻게 보십니까.
"대통령은 언론의 객관성, 중립성, 독립성을 천명하고 이를 지키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언론도 시대에 맞춰 개혁돼야 합니다."(대통령 주변의 언론관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했다.)
-좀 다른 얘기지만 내년에 새로운 매체를 창간하신다죠.
"제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내일신문>이 정치경제 일간지를 낼 생각입니다. 애초 약속한대로 내년 10월 9일 창간목표입니다."
3시간 이상 계속된 인터뷰 말미에 그는 자신이 아직 못하는 게 세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2주변에선 이것들은 절대하지 말라고 권한다고 했다. 컴퓨터와 운전면허, 그리고 골프가 그것. 그는 그러나 인터넷 활용을 위해 컴퓨터는 곧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