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8일 방송사상 처음 시도했던 이른바 ‘끝장토론’이 “의미있는 시도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 마감 시간을 정해놓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MBC ‘100분토론’은 지난 8일 정치개혁을 주제로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장장 6시간을 방송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새로운 토론문화를 열었다” “한달에 한번은 끝장토론을 해달라”는 격려와 주문이 쏟아진 것. 제작진들도 이같은 반응에 놀란 눈치다.
‘100분토론’ 배대윤 보도제작 1CP는 “앞으로 계획된 것은 없지만 만약 ‘끝장토론’을 다시 하게 된다면 시청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시간대나 요일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 부장은 “토론자들이 방송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미처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막바지 토론이 더 활기가 있었다”며 “정당개혁, 국회개혁, 정치자금제도, 선거제도 등 큰 주제는 모두 다뤘지만 막판에 제기된 하위 쟁점들도 더 논의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패널로 참여했던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중요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토론프로그램을 제작함으로써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기획의도 자체는 좋았지만 패널 숫자가 너무 많았다. 패널이 적었다면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기존 2시간 짜리 토론프로그램에 보통 4∼6명의 패널이 출연하는데 이번에는 6시간 동안 12명의 패널이 참여, 결국 패널 개인당 발언기회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기존 토론프로그램은 제한된 시간 내에 사회자 멘트와 방청객 발언 시간 등을 빼면 개별 패널당 주어지는 시간은 5∼15분 정도에 불과하다. 주제는 광범위한데 방송 시간은 한정돼 있어 토론 자체가 충실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형태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프로그램이 끝나도 일정한 결론이나 합의 도출은 쉽지 않고 시청자들로부터 “허무하다”는 냉소적인 반응만 돌아올 뿐이었다.
이번 ‘끝장토론’ 역시 장장 6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지만 워낙 주제 자체가 방대하다보니 국회 활성화, 선거구 획정 문제, 유권자운동 등 세부 쟁점의 경우에는 ‘시간에쫓겨’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1회성으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기 보다 한가지 논점이나 작은 주제를 놓고 정말 ‘끝장을 보는’ 형태로 토론프로그램의 포맷과 내용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KBS가 제1라디오를 토론·시사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S는 6월말부터 1라디오의 토론·시사토크프로그램과 뉴스를 점차적으로 강화해 뉴스·토론 전문채널로 특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원석 라디오센터장은 “방송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다양한 청취자의 참여가 가능한 라디오의 특성을 살려 사회적 주요 이슈에 대한 토론프로그램을 대폭 늘릴 방침”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