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L백화점의 햇과일 첫 시판, 생활용품 P사의 신제품 출시 기념 찜질방 모발 검진.
지난 12일자 중앙일간지를 보다보면 서너 개 이상의 신문에서 위 행사들을 볼 수 있다. 사진기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점수를 못 받는 연출사진이지만 경제면에 자주 등장하는 종류의 사진이다. 집회나 화재, 대형 사고야 신문마다 비슷한 장면이 나올 수 있겠지만 과일을 들고 웃는 같은 표정의 사람들을 여러 신문에서 보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이쯤되면 신문 문화면에서 지적하는 드라마, 영화 속 ‘간접홍보’에 대한 우려가 신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 2일에는 꽉찬 제주행 비행기와 텅빈 중국행 비행기의 객실 장면을 비교한 사진이 대다수 신문에 등장했다. 사스 때문에 양쪽 비행기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인데 같은날자에 접근 방식이 너무나 똑같은 사진이 실려 의아했다. 한 사진기자에게 물었더니 항공사에서 마련한 행사에 갔다가 간 김에 이 사진까지 같이 찍었다고 한다.
사진기자들의 항변도 있다. 한 사진기자는 “경제면에 한 두 장의 사진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홍보담당자들과 사진기자들 서로의 필요에 의해 행사 사진이 실린다”며 “홍보성 사진이 나오기도 하지만 ‘정보’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기획물을 위한 인적, 물적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풍토에서 ‘특종’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한다.
증면 경쟁으로 지면은 늘어났으나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업무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독자들이 거기까지 양해하면서 신문을 보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