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시청과 광화문 사이를 지나다 보면 프레스센터 겸 대한매일 사옥 앞에 가동 중단되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의 대형 전광판 탑이 눈에 뜨였다. 그런데 이 전광판이 지난달부터 다시 불을 밝히고 있다. '건물에서 떨어진 외곽에 전광판을 설치할 수 없다'는 관련 법 위반으로 지난 96년 중구청에서 전원을 끊은 지 3년여 만의 일이다. 관련 법규가 다시 바뀐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불법적으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사연은 이렇다.
96년 5월 대법원은 당시 서울신문이 전광판 철거를 요구한 중구청을 상대로 낸 취소청구 소송에서 중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91년 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서 '해당 시의 시장 방침에 따라 건물 외곽에 전광판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삭제된 데 따른 판결이었다. 중구청은 96년 7월 곧바로 단전조치를 취했으며 결국 서울신문은 당시 공보처에 전광판을 기부했다.
그러나 이듬해 공보처와 서울시 양측은 '막대한 돈을 들여 세운 전광판을 철거할 수 없다'는 정책 결정을 내렸고 국정홍보처가 들어서면서 재가동하기에 이르렀다. 정부 소유인 만큼 공익 목적으로 시설물을 사용할 경우 법적 배제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도 뒷받침됐다. 소유권은 국정홍보처로 넘어갔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다시 대한매일이 맡게되었다. 대한매일은 전광판을 디지털화하고 디지털전광판 운영 경험이 있는 디지틀조선과 위탁운영 계약을 맺었다. 디지틀조선은 전광판 설비 AS와 함께 정부 관공서 홍보물, 대한매일 뉴스를 받아 송출·방영하는 작업을 담당한다. 소유-국정홍보처, 정부 홍보물·뉴스·광고 공급-대한매일, 기기 관리 및 작동-디지틀조선의 3자 결합이다.
대한매일의 한 관계자는 "일부 상업광고도 게재해 대한매일이 들인 전광판 개보수 비용과 전기료 등을 충당하며 그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면 정부에 납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험 가동 중인 전광판은 국정홍보처-대한매일 간 위탁관리 계약이 체결되면 정식 가동될 예정이다. 결국 불법 옥외 전광판은 곡절 끝에 정부 소유의 공익 시설물로 탈바꿈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