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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색깔론 반성해야"

중앙 권영빈 칼럼 '서동만을 아는가' 언론에 일침

박주선 기자  2003.05.21 14: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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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을 (제대로) 깊이 있게 파악하지 않고 ‘색깔’로 몰아가는 것은 언론이 해선 안되는 일이다.” 권영빈 중앙일보 편집인이 서동만 국정원 기조실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부 언론의 메카시즘적 보도에 쓴소리를 던졌다. 지난 9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 ‘서동만을 아는가’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권 편집인은 이 칼럼에서 “서동만은 진짜 친북 좌파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친북 좌파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비슷한 시점에 나온 중앙일보 사설 ‘국정원 안보기능 포기할 건가’ 등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데다가 결론에 이르는 방식이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포함한 각종 기고문과 발언록을 점검해 봤다”는 등 ‘품’을 많이 들여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권 편집인은 칼럼에서 “서동만은 6·25를 김일성의 실패한 무력통일로 규정하고 주체사상을 권력 집중화를 향한 개인 우상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런 그가 빨갱이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가 친북 좌파가 아니라 해서 기조실장에 적임자라는 주장도 아니다”라며 “‘서동만은 빨갱이’라고 누군가 잘못 짖으니 너도나도 짖다가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결론의 근거로 서동만 실장의 도쿄대 박사학위 논문, 서해교전 당시 한국일보에 보도된 발언 등이 제시됐다.

이와 관련, 권 편집인은 지난 16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동만 교수 얘기가 나왔을 때 기자들에게 그의 기고문을 자세히 읽고 대북관의 실체를 기사화하자고 했는데 기사들이 친북 좌파나 지북파로 애매하게 나와 실제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97년 통일문화연구소장을 지낼 때 자문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서 실장은 친북 좌파로 보이지 않았는데 언론에서 그렇게 몰고가 의아스러웠다”는 것이다. 권 편집인은 “특히 언론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 깊이 있는 분석 없이 지식인을 색깔문제로 재단하는 것”이라며 “중앙일보를 포함한 언론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권 편집인은 지난 98년 최장집 교수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될 당시에도 일부 언론이 메카시즘적 공세를 펴자 제동을 걸었다. 98년 10월 23일자 ‘권영빈 칼럼-생사람 잡는 지식풍토’는 논란이 됐던 최 교수의 ‘한국전쟁의 한 해석’이란 논문을 분석하면서 “아직도 언론이 앞장서 레드 콤플렉스 바람을불어제치면서 선동하고 정치인들이 멋모르고 맞장구를 치는 이런 한심한 세태 속에서 우리가 학문의 자유와 정치의 민주화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