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기획부에서 미디어비평을 담당하다 경제부 증권팀으로 부서를 옮긴 뒤 취재원 및 독자들로부터 많이 들은 말이다.
“돈 많이 벌면 한 턱 내라” “주식 투자 요령 및 유망 종목 좀 알려주라”는 내용도 심심찮게 들었다. 그럴 때마다 “경제부 증권팀 기자가 독자들로 하여금 돈을 많이 벌도록 해야지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본인이 돈을 벌어서야 되겠느냐”고 ‘해명’했지만 그다지 진지하게 듣는 표정은 아닌 듯 했다.
최근 한달간 이런 대화를 주고 받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독자 및 취재원들이 경제부 기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언론사 윤리강령 등에 명시돼 있는 지극히 당연한 덕목들이 언론 현실에서 어떻게 굴절되어 왔는지 등이 이 말들 속에 함축돼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해마다 정기 인사철이 되면 기자들 사이에선 선호부서, 기피부서 등의 얘기가 오르내린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 중 경제부가 선호부서의 하나로 꼽힌다는 것은 꽤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경제부를 선호하는 이유가 독자나 취재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버는데 유리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많은 독자나 취재원들이 여전히 경제부 기자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경제부 기자 스스로, 아니 언론인 전체가 한번쯤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식투자라곤 안 해본 네가 무슨 증권기사를 쓴단 말이냐.”
이는 앞서 언급했던 말들보다 좀 더 직설적이다. 당연히 필자와 좀더 친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한마디로 ‘공부하라’는 얘기일 수 있겠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해명’을 늘어놓기보다 깨끗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 공부하는 경제부 기자, 신뢰받는 경제부 기자로 평가받으라는 데 무슨 이견이 있을 수 있을까.
얼마 전 한 지인에게 털어놓은 “너무나 모르는 게 많은 새로운 분야에 적응하려다보니 그나마 조금이라도 알던 분야는 점점 잊혀져가고…. 이러다 수박 겉만 핥고 마는 건 아닌가 몰라”라는 고민이 들어설 자리는 당분간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