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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그래도 80년 5월을…

김상철 기자  2003.05.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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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이 23년을 흘렀다. 그나마 18일이 일요일이어서 그랬나, 광주지역 신문을 제외하곤 변변한 관련 사설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지면을 채우는 것은 한국대학생총연합 소속 학생들의 시위로 노무현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석이 늦어진 사건을 다루는 기사들이다. 언론은 ‘공권력의 부실’을 우려하고 학생들의 ‘난동’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년 전 5월, 이 땅에서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 민중들의 몸 내던진 투쟁이 폭도와 난동으로 규정 당하고 군대라는 공권력은 이들을 무참히 짓밟고 난도질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23년 후, 언론은 또다시 구멍난 공권력을 탄식하고 난동 앞에 날을 벼르고 있다. 이 무슨 잔인한 역설인가.

앞서, 5·18을 맞아 변변한 기사 하나 찾기 힘들다는 점을 언급했지만 이런 양상 역시 새로운 그것은 아니었다. 광주에서 “5·18 정신의 세계화보다 더 어려운 건 전국화”라는 말이 나온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언론의 태도가 정당화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18일 저녁 8시 KBS 일요스페셜 ‘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는 당시 북독일 방송국 도쿄특파원으로 있으면서 광주 현지를 취재했던 유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취재담을 전했다. 익숙한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몇번이고 봐왔을 화면과 장면들, 본지 지면을 통해서도 수차 거론했던 그날 언론의 보도태도, 인쇄되지 못한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의 신문과 집단 사표…. 더 나아가 당시 현지 기자들이 학살을 규탄하는 시위를 조직했던 일, 광주시민을 폭도로 규정한 신문을 접했던 현지 지국장들 이야기, 그리고 수년이 흘러도 그날의 보도에 대해 사과 없는 언론 등등 개인적으론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익숙한 내용들을 다시 보면서도 여전히 가슴은 떨리고 언론의 보도태도는 심란함으로 겹쳐졌다. 새롭지 않지만 다시 봐도 그렇다. 세월이 흘러도 언론이 80년 5월을 말해야만 하는 이유다. 추가적인 진상규명이나 보도에 대한 사죄가 없더라도 그렇다. 23년 후 공권력과 난동을 다시 말하기까지, 언론은 무엇을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