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지난 17일 오전 송고한 “김정일 서기실 부부장 길재경 미 망명” 오보로 사과와 정정이 잇따르는 등 보도에 한바탕 혼선이 일었다. 관련기사 7면
연합뉴스는 이날 오전 8시 18분 서울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길재경 부부장의 망명 소식을 전하며 ‘김정일 서기실 길재경 부부장은 누구인가’ ‘북 고위인사 망명일지’ 등 관련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17일자 문화일보는 이 소식을 1면 머리로 다뤘으며 KBS MBC SBS 등 방송사들도 저녁 메인뉴스 등에서 주요 기사로 처리했다.
그러나 ‘망명설’ 보도는 한명철 북한 조광무역공사 부사장이 18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길 부부장은 이미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중앙일보는 19일자 1면에 묘비 사진과 함께 “길 부부장은 3년 전인 2000년 6월 7일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는 같은날 ‘북 길재경 망명설 사실무근으로 드러나’ 기사에서 “길 부부장 사망이 19일 중앙일보 자료사진 보도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평소 신뢰를 쌓아온 소식통으로부터 ‘길 부부장 등 3명 제3국서 미국망명 요청’ 설명을 상세히 듣고, 관련 정부부처에 다각도로 확인했으나 망명설을 부정할 만한 사망 등 사실은 확인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언론사들의 사과·정정도 잇따랐다. 연합뉴스는 19일 “국내외에 엄청난 파장과 물의를 빚은 데 대해, 해당 기사에 거론된 인사들 개인은 물론, 관련 기사를 실은 국내외 언론사,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는 민족뉴스취재본부장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KBS도 같은날 9시 뉴스에서 “이번 망명설과 같은 북한 보도는 사실확인이 어렵다는 고충이 있기는 하지만 진상을 끝까지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것은 잘못”이라는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경향신문은 20일자 1면에 ‘길재경 망명설 오보 사과드립니다’ 제하의 알림기사를 게재했다.
한 통일부 출입기자는 “북한 인사에 관한 기사는 하다못해 이름이 틀렸다거나, ‘실각’ ‘숙청’ 등으로 보도한 인사가 건재함을 과시하는 등 국내 언론의 오보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으로 북한 관련기사를 쓰는 데 있어서 인물기사만큼 위험한 게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