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15개 언론사 과징금 취소 조치와 관련, 감사원 감사결과가 핵심을 비껴간 ‘부실감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직권취소 경위와 조치의 ‘부적정함’만을 거론하는 데 그쳐, 정작 그런 조치가 왜 있었는지에 대한 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 21일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당시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에 연락해 과징금 면제청원서를 제출 받고 15개 언론사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직권 취소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같은 조치가 ‘부적정한 업무처리’로 판명됐고 당시 이남기 위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현직을 떠나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국가 공신력 실추 등을 고려할 때 재취소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 입장은 이남기 전 위원장이 왜 부적정한 조치를 강행했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을 비껴간 것이었다. 반면 언론계에서는 곧바로 직권취소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기사 6면
지난 22일자 한겨레는 ‘언론사 과징금 취소 박지원 실장 지시’ 기사에서 “이 전 위원장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취소 결정은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씨가 특정 언론사로부터 개인적 협조를 요청 받은 흔적을 발견했다”는 감사원 관계자 말을 인용, 이 전 위원장이 해당 언론사의 압력으로 취소결정을 내렸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박 전 실장측의 한 관계자는 26일 “당시 박 실장은 그런 말 할 위치도 아니었다”고 반박하며 “올 들어 ‘이 전 위원장이 과징금 취소내용을 인수위에 보고해야 하느냐고 물어와 왜 그런 걸 나한테 묻냐고 한 적이 있었다’는 실장의 말은 들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 민언련 언론인권센터 등 6개 언론시민단체는 지난 22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남기 전 위원장은 일각의 의혹처럼 자신의 비리를 감추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일부 언론사와의 더러운 뒷거래 때문이었는지,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는지 국민 앞에 밝히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번 감사결과는 감사원법을 위반하여 국가기관의 잘못된 행정처분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책임자를 형사 고발해야 할 감사원의 직무를 유기한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21일 발표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법원 판결에 따라, 한국일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면 되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이남기 당시 위원장 지시로 해당 언론사에 청원서를 제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실무자들의 심사보고에 앞서 간부회의에서 먼저 과징금 면제방침을 정하고 전원회의에서 통과시켰으며 △간부회의에서도 구체적 자료 없이 구두로 ‘언론사의 특수성’ ‘최근 언론사 경영악화’ 등을 거론, 직권취소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