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구성 방식에 추천위원회와 인사청문회 등 공개적인 추천 절차와 별도의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2기 방송위원 구성이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지 못하고, 각계 대표성과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법·제도적 보완 장치를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시민단체와 학계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안은 국회에서 추천인단 또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방법이다.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선후에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지난 21일 민언련이 주최한 ‘방송위원 구성,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국회가 20인 이내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2배수로 일괄 추천하고 이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 △대통령이 전문가집단과 사회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방송위원을 2배수로 일괄 추천하고 국회가 인사청문회와 같은 검증과정을 거쳐 임명하는 방식 등 2가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교수는 “정치권이 방송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해 정파적 이익을 실현하려는 의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2기 방송위 사태와 같은 문제는 해소될 가능성이 없다”며 “추천인단 또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원적 방송위원 선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김택수 변호사도 “국민 대표성이라는 민주적 정당성 부분은 대통령 임명이라는 절차로 부여하고, 방송위원의 전문성과 각계 대표성 부분은 객관적인 추천위원회를 통해 확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기 전 방송위원장도 최근 펴낸 저서 <전환기의 방송정책>에서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 각 3명씩 추천하는 구 방송법으로 되돌리던가 방송위원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구성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권도 방송위 구성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국회 추천위원회를 통한 추천·검증 절차에 대해서는 ‘현실적 한계’를 내세우며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현행처럼 대통령·국회의 추천·임명 방식을 유지하면서 방송법상 자격 요건을강화하는 것이 보다 실효성 있다는 것이다.
김성호 민주당 의원은 “추천위를 구성해 2배수로 추천하고 이를 대통령이 일괄 임명하는 방식은 야당이 동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추천위 구성부터 양당이 싸움을 벌일 것”이라며 회의론을 폈다. 김 의원은 대신 “국회 추천 몫(6명)이 너무 많아 벌어지는 논란을 없애려면 사법부나 언론·시민단체에 3명을 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은 “방송위원이 각계에서 골고루 추천돼야 하기 때문에 가장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 국회 추천 방식을 피할 수는 없지만 자격 기준을 명문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은 △당적 이탈 1∼2년 이상 △지상파 출신(또는 동일 분야) 2인 이상 추천 금지 등 자격 기준을 방송법에 구체적으로 명문화해 현재의 시스템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고 의원은 “어차피 방송통신 융합에 대비해 방송법을 전면 손질해야 하는데 그때 방송위 구성 문제도 자연히 재론될 것”이라며 “16대 국회라면 좋겠지만 늦어도 17대 국회까지는 각계 의견을 들어 방송법을 대폭 손질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