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가 끝난지도 어느덧 1년이 다가오고 있다. 4000만 국민이 한 목소리로 힘껏 외쳤던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는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시청앞 광장을 가득 메웠던 붉은 물결은 전세계 언론들로부터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보다 더 많은 찬사를 받으며 역대 월드컵 중 가장 인상적인 응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월드컵 1주년을 맞은 지금 1년전 한반도를 뒤흔들었던 ‘붉은 함성’의 감동을 그때와 똑같이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지난 21일 1라운드를 마친 K-리그에서 보았던 선수나 관중들의 모습이 월드컵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인데다가 월드컵 4강을 계기로 한국축구의 재도약을 시도해야 한다고 떠들던 언론 매체도 정작 축구를 다루는 비중이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전·후반 90분을 쉼없이 뛰었던 선수들의 모습이나 12번째 국가대표라는 붉은악마를 주축으로 한 질서정연하고 깨끗한 매너를 갖춘 관중문화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선수들간의 경기장 폭력사태, 심판 판정에 대한 선수 및 코칭스탭, 관중들의 항의와 야유가 큰 영향을 미쳤고 급기야는 관중과 선수가 서로에게 욕을 하는 기대 이하의 행동까지 더해져 축구를 저질로 몰고 가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경기장 폭력사태와 관중과의 치졸한 신경전에 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는 했지만 이들의 행동을 본 축구팬들은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오기를 꺼려할 것이다. 여기에 국내 프로축구보다는 유럽축구나 미국 메이저리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언론들도 축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한국을 찾은 프랑스의 에메 자케 전 감독은‘한국의 언론은 월드컵 기간에도 프로야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었다. 월드컵을 치르는 나라에서 축구보다도 야구를 1면기사로 쓰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축구라는 특정종목에 언론이 지나치게 치우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3년후 열리는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가 단지 개최국이라는 이점 때문만은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언론이 축구에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