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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신문 특별법' 현황과 쟁점- ④ 지방언론 무엇을 할 것인가

김상철 기자  2003.05.28 1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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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 관심 없인 취지도 퇴색”

대국민 정당성 확보, 법제정 만큼이나 중요



“문제는 지방지 수가 많건 적건, 매출액이 크건 작건 모두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난립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법제화를 통한 지원이 급선무입니다.”

지난 4월 열린 기자포럼에서 한 기자는 지방언론 지원의 시급함을 이렇게 강조했다. 지역언론개혁연대(지역언개연) 운영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호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방편적인 조치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혼수상태를 오가는 환자한테 끊임없이 산소마스크만 대주는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낭비라는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이런 식의 문제의식에서 지방신문 지원·육성을 위한 법 제정 논의가 구체화한 것이 사실이다. 지역언개연은 이달 말 법안을 최종 확정하고 9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향후 일정을 짜고 있다. 여기에는 공청회 등을 통한 지역 내 홍보와 국회, 문화관광부 관계자들과 간담회 등도 계획돼 있다.

다른 한편 지역언개연 차원의 법안 확정 이후에도 지원기준과 방식 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기자의 표현대로 이런 식의 논란은 자칫 “지원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배분방식부터 고민하는” 양상이 될 수 있다. 법 제정이 단순히 ‘여론몰이’나 정치적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언론 지원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이 법 제정만큼이나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 제정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끊임없이 지원·육성과 동일선상에서, 혹은 그에 앞서 개혁이라는 명제가 제기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언론노조의 지역신문 특별법안 논의에 참여했던 매일신문 최정암 노조위원장은 “지방언론 지원을 위한 기금을 정부 주도로 만든다고 해도, 그러한 기금 조성 역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지방언론이 개혁대상이 되고 있고, 지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 일정 수준의 요건을 지방언론 스스로 채워나가야 한다”며 자체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01년 광고주협회가 실시한 ‘인쇄매체수용자조사’와 관련 전국을 16개 지역으로 나눈 지역별 가구 구독률에서 지방지가 1위를 차지한 지역은 부산(부산일보)와대구(매일신문) 2곳뿐이었다. 이런 결과는 중앙 거대언론의 공세로 피폐화된 지방언론의 현실과 결과적으로 지역민들에게 외면 받는 ‘또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법 제정 필요성은 전자에서 비롯한 것이고, 개혁 요구는 후자에서 나온 것이다. 김영호 교수는 “법안의 우선 쟁점은 지원기준, 그러니까 ‘어떻게 옥석을 가리느냐’에 있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지방언론의 역할과 필요성을 국민들이 인정하고 납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에서 지원기준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편집권 독립과 소유 경영 편집 분리, 경영 투명성 강화 등의 조치는 어제오늘 제기된 사안이 아니었다. 지방언론에 요구되는 것은 지원을 따내기 위한 개혁이 아니라, 언론으로서 역할과 존립 필요성을 독자와 지역민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그것이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끝-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