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사장 취임 한달 째를 맞고 있는 KBS가 자체 개혁을 위한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언론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KBS는 6월 말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그동안 관련 부서의 비공개 회의로 이뤄졌던 편성정책을 탈피해 전 사원의 의견을 모으는 릴레이식 난상 토론회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지난 22, 23, 26일 3일간 진행된 ‘KBS 사원 대토론회’에서는 △편성개혁 △프로그램 개혁 △2003 개편을 위한 심화 토론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개편은 조직 전체의 지혜와 에너지를 집결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지난 19일 임원회의에서의 정 사장 발언이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KBS는 지난 21일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도 △공방위 위상 강화 △시청자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개편 △편성규약 개정 △노동관련 공정보도 기준 마련 등에 전격 합의했다.
보도본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보도본부에 ‘편집위원회’를 구성, 매일 오후 4시 주간단 회의에 KBS 기자협회 지회장과 9시뉴스 편집부 기자 등 평기자 2명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6일 단행된 평기자 인사에서도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 1년 6개월 이상 한 부서에서 근무한 기자는 모두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났다.
이와 관련 KBS 보도국 한 기자는 “정 사장이 강조하는 ‘집단의 지혜를 믿는다’는 말이 개혁 대토론회, 편성규약 개정, 편집위원회 구성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간부들도 사장의 개혁 요구에 뒤쳐져선 안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며 “KBS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게 사실이지만 사장 개인의 개혁성 때문에 일시적으로 개혁 바람이 불어선 안되고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시스템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연주 사장은 지난 19일 KBS 기자협회와의 간담회에서 “뉴스가 연성화되거나 시청률을 좇아 선정화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또 단순 전달하는 보도도 중요하지만 심층보도가 중요하다”며 “9시뉴스에도 5분 정도의 심층 프로가 들어가야 한다. 시청률은 참고할 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