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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쫓아낸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해촉처분 취소 '승소'

1심 재판부 17일 이광복 전 부위원장도 해촉 취소 판결
2년 전 김효재 방통위 회계검사 근거로 해촉 후 류희림 위촉
정 전 위원장 "검열기관 전락한 방심위 정상화 계기 되길"

김고은 기자  2025.07.17 14: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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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에 대한 해촉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해촉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낸 지 23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촉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17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방송통신위원회는 2023년 8월10일 방심위의 국고보조금 집행 내역에 대한 회계검사를 한 달간 실시한 결과,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의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 및 지출결의서 허위작성 등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방통위는 한상혁 전 위원장 면직 후 김효재(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위원장 직무대행이 이끌고 있었다.

일주일 뒤인 8월17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임기가 1년 남은 정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 해촉안을 재가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윤 전 대통령은 류희림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를 대통령 몫 보궐위원으로 위촉했다. 이후 당시 야권 측이던 정민영 위원까지 해촉되며 방심위는 여권 우위로 재편됐고, 류희림 위원장이 9월8일 공식 취임하면서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를 비롯해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에 대한 중징계가 이어졌다.

정연주 전 위원장은 이날 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저를 쫓아낸 뒤 심어 놓은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판결이 방심위 정상화의 한 계기가 되고, 아울러 2년 전 방송장악을 위해 윤석열 집단이 자행했던 여러 폭거의 실상을 되새기면서 방송이 제자리를 찾는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정 전 위원장은 또 “개인적으로 평생 언론인으로 살아오면서 세 번의 ‘강제 해직’을 경험했다”며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기자였던 그는 1975년 3월17일 자유언론을 외치며 싸우다 강제로 쫓겨난 뒤 해고됐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엔 배임 등의 혐의로 KBS 사장에서 해임됐다. 끝내 동아일보엔 돌아가지 못했고, KBS 사장 해임 처분은 법원에서 취소가 확정됐으나 못다 한 임기를 끝내진 못했다.

정 전 위원장은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니, 역사는 굽이굽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조금씩 진화해 온 것 같다”면서 “세 번의 ‘강제 해직’이 자유언론과 민주주의 발전에 아주 티끌만한 씨앗이라도 될 수 있었다면, 저는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부위원장에 대한 해촉 처분 취소 판결은 현직인 이재명 대통령이 항소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대통령실은 역시 윤석열 정부 시기 이뤄진 김유진 전 방심위원 해촉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에 대해 15일 상고 포기를 결정한 바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6일 “이재명 정부는 앞으로도 법률에 근거해 적법한 권한을 행사하고, 종래의 잘못된 처분을 시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