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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미디어 세상] '작은 언론이 희망이다'

"지역신문 활성화는 또다른 언론개혁"

미디어세상  2003.06.04 14: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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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락 전 기자협회 편집국장



“작은 것이 아름답다.”

당신은 이 명제에 매력을 느끼는가? 그렇다면 왜 느끼는가? 당신도 이 명제를 실천하고 싶지 않은가? 매력을 느끼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왜인가?

기자는 권력 지향적이다. 더 힘있는 영역을 취재하고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 전국 언론을 지향하며, 그중에서도 더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 들어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때때로 중앙 집중적인 정치와 자본의 아귀다툼에 초점을 맞춘 삶이 짜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때 아파트 현관에 놓인 지역신문과 마주친다면 ‘나도 한 번 이런 신문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일상의 삶에 대한 취재, 나와 내 가족 이웃의 삶을 어루만지는 기사,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언론….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 본다. 지역의 이런저런 일이란 얼마나 사소한가? 지역에서 영향력 행사해봤자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수입은 또 몇 푼이나 되겠는가? 결국 지역신문이란 이류, 삼류 기자의 몫일 뿐이다.

<작은 언론이 희망이다>(장호순 저, 개마고원)는 지역신문이라고 부르는 풀뿌리 언론에 관한 책이다.

왜 지역신문인가? 저자는 많은 언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내용이 조금 다르다. 우선 전제가 다르다. 언론 개혁이란 소수 특권층만이 누리는 언론의 자유를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보수 언론의 힘을 약화시켜 진보 언론에 실어주거나 거대 언론이 누리는 몫을 그보다 규모가 작지만 또 다른 기득권 언론에 나누어주는 것은 언론 개혁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편집권 독립이나 소유지분 제한 따위의 조치로는 언론 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 거대화를 추구하며 정부와 자본의 영역에 안주해 그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재단하는데서 벗어나야 한다. 시민들의 삶에 뿌리내린 지역 언론이 활성화해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질 때 비로소 언론 개혁이 완성된다.

그러나 지역 사회가 활성화하지 못한 현실에서 지역신문이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지역신문의 필요성과 실태를 서술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신문의 제작 방향에서 경영 전략, 그리고 국내외 성공 사례까지 설명해놓았다.

수용자 조사를 통해 독자와 광고주들은 지역신문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음을 밝혀 전망이 결코 어둡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지역 주민의 기호와필요에 맞는 지역 뉴스를 개발하면 전국지 및 지방지와 경쟁하면서 권위를 인정받는 지역신문이 될 수 있다며, 과학적이고 세밀한 독자 조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경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내 광고주 확보가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규모 상업 광고주이다. 이들은 현재 생활정보지와 전단 광고에 대부분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으므로, 신문 광고의 장점을 살려 이들을 확보한다면 경영 기반이 확고해진다고 말한다.

이 책의 가르침이 팍팍한 현실에 얼마나 통할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큰 것’을 지양하고 ‘작은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인식 전환의 필요성은 언론도 비켜갈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