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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성의 힘, 5월 광주 '대동세상' 꽃피워

김영순 광주매일기자  2003.06.04 1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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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여기자회 ‘80년 5월과 여성’ 테마모임



80년 5월 광주 금남로엔 여성들이 있었다. 그들은 실로 위대했다. 주먹밥을 지어 시민군에게 먹였고 사체의 염을 했으며 리본을 만들어 5월정신을 하나로 꾸려냈다. 또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가두방송을 했는가 하면 전단지를 배포하고 대자보를 작성해 대동세상의 기틀 마련에 힘썼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 때를 생각하면 잊지 못하는 대동세상, 모두가 하나가 된 대동세상의 뒤엔 여성들의 힘이 숨어 있었다.

광주·전남여기자회(회장 송기희, 광주MBC 기자)가 지난 달 21일 전남여고 동문회관에서 가졌던 ‘80년 5월과 여성’이란 테마모임은 당시 대동세상을 일궈낸 위대한 여성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로 초빙된 강사는 물론이고 참석한 여기자들도 5월 당시의 열기를 체험하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광주YWCA 간사로 5·18광주민중항쟁에 참여했던 이윤정씨는 “광주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중심에 여성이 있었다”면서 직접적으로 참여했던 여성뿐 아니라 광주의 여성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5월 대동세상에 힘을 보탰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염을 하기 위해 대인시장에 천을 끊으러 갔을 때 리본 만드는데 사용하라고 천을 선뜻 더 끊어 주었던 포목점 여주인, 시민군이 가는 곳마다 주먹밥, 음료수 등을 올려주는 시장 아줌마들, 줄게 없으면 박수라도 쳐서 용기를 심어주었던 동네 아주머니 등 여성들이 저변에서 민중항쟁에 힘이 돼 준 사례는 끝없이 많다고 전해주었다.

5월 17일 예비검속 때 구속된 남편 김상윤씨(당시 녹두서점 대표) 대신 시동생과 동생, 그리고 윤상원씨 등과 남아 5월 항쟁에 참여했던 정현애씨(광주시의회 부의장)는 “광주민중항쟁은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서로 배려했던 이상적인 공동체 실현의 장”이었다면서 타인을 위해선 때론 자신의 생명까지도 내어줄 정도로 숭고했던 당시 항쟁의 정신은 ‘광주의 정신’으로 향후에도 계속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씨는 “총을 맞고 쓰러진 사체가 늘비해 있을 때 여성들이 염하고 입관했으며 향후 대처방향을 잡기 위한 시민궐기대회를 준비하고 투사회보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항쟁 상황을 알리는가 하면 취사 등을 도맡아 항쟁을 뒷받침했다”고 증언했다.

결사항전을 아끼지 않았던 여성노동자는 물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아줌마들까지도어떻게든 돕지 못해 아쉬워했었다는 게 이날 참석한 초빙강사들의 증언. 당시 로케트전지 노동자 대표로 5월 항쟁 중 취사를 담당했던 윤청자씨(민들레꽃집 대표)는 “소리 없는 민중의 함성이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며 오월만 되면 슬픔이 왈칵 쏟아진다고 울먹였다.

김영순 광주매일 문체부 기자